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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킹 Jun 21. 2024

문은 어디에서 열릴지 모른다

[로스쿨 생활기 #17] 시험을 망쳤지만 괜찮다


중요한 시험을 망했다. 그 결과를 알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 당장 6월 모의고사가 코앞인데 공부에 지장이 될 정도로 멘탈관리가 안된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되나 비참하고, 괜찮은 성적을 받은 친구를 보면 질투가 나는 내가 싫다. 이렇게 변호사 시험이라는 중요한 관문을 앞둔 로스쿨 3학년 시기에 눈 앞의 결과로 인해 찢어지게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문득 이 느낌을 어디서 느껴본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리고 대학교 4학년 때 항상 그 인생의 기로에 있는 순간에 비참함을 느꼈던 것 같다.




1. 나는 결과적으로 인생이 잘 풀렸다.


고등학교 3학년 대학상담을 하는데, 상담선생님이 내 조건으로 인서울도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니 현실이 직시가 돼서 쪽팔리게도 눈물이 나고 많이 괴로웠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누구나 아는 명문대에 갔다. 마지막에 성적이 조금 오른 것도 있지만 노력으로 상황을 극복한 스토리라고 볼 수는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담하시는 분이 내 학군의 특수성을 좀 몰랐고 운이 따랐던 것 같다.


대학생 때도 준비하던 시험이 잘 안되고, 4학년 때는 로스쿨에 원서를 냈는데 떨어졌다. 로스쿨에 붙을거라고 예상해서 엄청 낙담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겸사겸사 원서를 넣었던 대기업에 합격해서 회사에 다니게 됐다. 이것도 여러 상황에 운이 따랐던 것 같다.


2. 상황은 왜 바뀌었을까


또 이전과 같이 큰 결과를 앞두고 낙담하는 나를 보니 어떻게 내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좋게 바뀔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 다시 생각해도 노력으로 실력향상을 이룬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운이 좋았던 것 뿐일까. 확실한 건 내가 바라는 결과라고 최선이 아니고, 내가 바라지 않았어도 결과적으로 좋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잘 풀리는 문이 어디에서 열릴지 모르는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럼 지금 이 상황에서 다시, 나는 어떻게 해야 앞으로 나아가는 문을 찾을 수 있을까.


3. 한 시험의 실패는 작은 부분이다


이걸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마음은 계속 아팠다. 이 정도로 마음이 흔들리는데 이것 또한 나의 결격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더 괴로웠다. 그러다 문득 지난 날 이토록 마음고생했던 순간에 예상치 못하게 열렸던 다른 기회를 통해 극복한 기억이 났다. 인생은 내 기대나 노력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 때가 많아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어딘가에 닿겠지 싶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진다.




요즘 연속되는 실망스러운 결과에 무기력증을 느꼈다. 나는 꽤 많은 걸 포기하고 참는 것 같은데 그 결과는 내게 보람은 커녕 괴로움만 안겨줬다. 그런데 또 여기서 포기해버리면 잃을 것이 많기에, 한동안 유튜브에 무기력증 극복법을 검색해서 나오는 영상을 계속 봤던 것 같다. 그래도 그 괴로운 고민 속에서 나름대로 극복할 방법을 찾은 것 같다. 예단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어디서 어떻게 기회가 될지 모른다. 지나간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그냥 계속 나아가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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