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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킹 Jul 30. 2024

엄청난 고독함에 몸부림치는

[로스쿨 생활기 #18] 놀고 싶지만 놀 사람도 없다


변호사시험이 얼마 남지 않고 당장 다음주가 8월 모의고사다. 정말 집중해서 달려야하는 이 시기인데 너무 우울하고 무기력하다. 올해 상반기는 공부에 집중한다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았는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극강의 내향형인 나도 사람하고 놀지를 못하지 엄청 괴롭다. 드라마도 좀 보면서 인간관계를 느껴보려고 하지만 이제 다 지겹다. 그렇다고 꼬박꼬박 노력과 괴로움이 보상될만한 좋은 성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1. 친구와 사회생활의 소중함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


그래도 좋게 생각해보자면 덕분에 회사가 가고 싶어졌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조직생활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돈 받고 사람을 만날 수 있다니 생각보다 좋은 걸 럭키비키니시티 하고 있다. 좀 미쳐가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지방에 정착하면 서울 친구들 못 만나서 힘들 것 같다고 하는 말이 이제 이해가 된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하고 놀고 싶다. 태어나서 이런 기분 처음이다. 나는 원래 모임이나 친구는 불러주면 나가는 정도였는데 이렇게나 사람이 아쉬워지는 입장이라니. 앞으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분 잘 기억하면서 내년에 사회활동하면 조금 힘들어도 귀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2. 기다리는게 두렵고 지친다.


시험이 하나씩 끝나면 결과를 기다리는데 이게 하루하루 사람을 정신 빠지게 한다. 관련된 게 꿈에 나온다. 한 번은 시험치는 데 화장실이 너무 급한 꿈을 꿨고, 또 한 번은 담당 교수님이 나타나서 결과가 애매하다는 듯이 나를 심장 쫄리게 했다. 그렇게 다 지쳐서 나온 올해의 결과들이 영 마음에 안차니 무기력해진다. 그런데 또 여기서 기분전환을 하기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내가 멘탈이 이렇게 약한 인간인 줄 몰랐다. 수능 전날에도 잘만 자던 나였고, 회사에서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 밥만 잘 얻어먹고 다녔던 나인데 경쟁 속에서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인 기회비용을 걸고 있으니 그 결과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게 된다.


3. 끝난 뒤도 두렵다.


이미 나는 꽤 많이 노력하고 지치는데 시험 끝나고 일을 시작하면 그 때부터 시작이라고 또 스트레스를 받겠지. 이 노력 뒤에 있는게 달달한 보상이 아니라 잘해야 정시퇴근에 월 300만원이 안되는 수습일자리라는게 또 서글프다. 그렇다고 내려놓으면 정말 지옥이라는 걸 알기에, 의욕 없이 관성으로만 공부를 계속하는 중이다. 어차피 특별히 놀 것도 없고 이제와서 놀아보자고 친구들을 부를 수도 없고 불러주지도 않기에 타오르고 남은 재처럼 그저 남은 열을 소진시키고 있다.




시험공부할 때 멘탈관리가 중요하다고 하던데 정말 맞는 말이라는 걸 로스쿨 3학년이 되니까 느낀다. 아마 모든 고시생들이 느끼는 감정이지 않을까 싶다. 공부 자체는 이제 그냥 하면된다. 그런데 그 그냥 하는게 3개월이 넘어가고 특별히 보상도 안되면 정말 지친다. 시험 끝나면 뭐할까 고민하면서 버텨보려고 하긴 하는데, 참 이만하면 괜찮은 삶 같은데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이제는 공부 잘 하는 사람들보다도 의연하고 끝까지 흔들림 없는 사람들이 더 대단한 것 같다. 무너지지 않는 것도 실력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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