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금부터 칵테일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칵테일을 어렵지 않게 접하는 법

by beLIEve

처음으로 칵테일을 마셔보고 만들어본 건 2009년, 지금은 폐업한 홍대의 어느 웨스턴 스타일 Bar였습니다.

벌써 햇수로는 13년이 흐른 지금, 술과 사람을 좋아하며 배워온 것들을 그때의 제가 미리 알았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그때와 달리 요즘은 인터넷에 아주 질 좋은 정보도 많고 그것을 구할 수 있는 방법 역시 많습니다. 업계에서 주최하는 세미나, 서적, 업계인들과의 교류 등등.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디테일하고 질 좋은 정보를 습득하려면 어느 정도의 관심과, 기본이 되는 사항들 정도는 이미 습득해 놓은 단계가 필요하겠죠.


때로는 집에서, 파티에서, 여행지에서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한잔 만들어 줄 수도 있고,

그러다가 '난 뭔가 더 알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 때 좀 더 세밀하게 공부하다가, 직업으로서 뜻이 서신 분들은 Bartender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바텐더의 삶을 살기 시작했을 때에는 기술이면 기술, 지식이면 지식, 게다가 그 전에 잘 생각하지 않던 직업인으로서의 애티튜드 역시 필요하고 실제로 저에게 와 주셔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동종업계 분들은 대개 이 점에 대해서 궁금해하시지만, 그것은 다소 깊은 이야기이고

(나중에 시간이 나고 상황이 허락되면 그 점에 대해서도 적어보고 싶습니다. 그게 주가 될 수도)


먼저 우리는 즐겁게 만들어보고 마실 수 있는 길을,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알아가보죠.


우리는 이제 칵테일을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부터 칵테일을 하나하니씩 배워서,

언젠가 Bar에 가서 봤던 바텐더들처럼 맛있는 칵테일을 대접해야겠다고 마음먹지요.

그런데 막상 해보려니 막막합니다. 어떻게 시작하지?

무엇을 사고, 어디서 정보를 얻고, 어떻게 만들어봐야 하지?

실제로 제가 보고 듣는 경험담 중에서는 인터넷을 쓱 검색해보고 이거 맛있겠네,

인터넷에 올라와 있으니 이대로 하면 되겠네, 라고 생각했다가

내 의도대로 되지 않아서 실망하는 분들이 많이 게십니다.


이럴 때 실패를 줄이는 제 개인적인 의견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디테일은 나중에 따로 적고, 지금은 큰 틀에 맞춰 대략적으로만 설명합니다!)


첫번째, "어떤 상황에서 칵테일을 만들 것인가?" 를 생각해보세요.

만약 여러분이 여행을 가거나 파티 자리에서 다수의 인원을 위해 칵테일을 만들어야 한다면,

너무 많은 재료가 들어가거나 어려운 기법을 요구하는 칵테일은 피하세요.

내가 집들이, 파티에 놀러 갔는데 바텐더가 어려운 걸 만드느라 시간은 오래 걸리고,

옆에 있는 친구는 술을 받아 이미 반쯤 비우고 놀고 있는데 내 잔은 언제 나오나.

이런 자리에서는 단순하고 경쾌한 것이 가장 즐겁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것도 나중에...)


또 다른 경우로 여러분이 혼자, 혹은 소수의 손님과 시간을 가질 경우에는 어떤 칵테일도 괜찮습니다.

내가 관심을 가진 칵테일을 마음껏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그런데 여기서 두번째 중요한 맥락이 들어갑니다.


두번째, "정확한 레시피를 고르세요'

우리는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얻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무분별하고 부정확한 정보 역시

다소 경계감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의외로 아주 옛날부터 내려온 클래식 칵테일에도 그런 점은 존재하는데,

정말 아름다운 칵테일 '위스키 사워'만 해도, 위스키의 두 배 양이 되는 사워믹스(!)를 첨가하는 레시피도 찾아볼 수 있는 등, 참고할 수 있는 레시피가 다 다르고 그만큼 지뢰도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소중한 시간과 경험을 위해 정확한 레시피를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세번째, "알맞은 재료를 찾으세요'

마트에 갔는데 레몬도 있고, 시판 레몬 주스도 있네요.

난 아무리 생각해도 생과를 사는 게 여러 면에서 비효율적일 것 같아. 라는 생각으로

시판 레몬 주스를 집어옵니다. 집에 오니 맞다, 돌얼음을 안 사왔네.

냉장고 냉동칸에 있는 얼음 트레이로 만들어야지. 술은? 그냥 비슷한 걸로 만들어볼래.

그렇게 해서 칵테일을 만들어보고, 마셔봅니다. 잠깐의 침묵과 함께 머릿속에는 수많은 ????가 떠다닙니다. 내가 잘못 샀나? 아니면 원래 이런 맛인가? 그 후로 '다시는 만들어마시지 않고 재료는 버려지죠'

처음에는 어차피 마실 거 뭐 깊이 생각햬? 알맞은 재료를 사는 게 돈낭비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첫 시도로 충분한 만족감을 얻고 술 자체를 즐기는 것,

에이 이거 별로네 다음에 제대로 된 재료를 또 사야지, 하거나 아예 안 쓰고 쳐다보지도 않는 것.

어느 것이 효율적이고 중요하신지는 잘 아실 겁니다!


마지막 "적절한 테크닉"

적잘한 테크닉이라니 뭔가 음험하게 들리는군요. 여기서 말하는 테크닉의 맥락은 화려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위에서 말한 '칵테일을 만드는 상황, 레시피, 재료를 다루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계란이 들어가는 칵테일을 만드는데 계란 흰자를 분리할 줄 모르면 안되겠죠.

어떤 때는 레몬을 잘라서 주스를 짜 내야 하는데 이걸 가로로 잘라야 할 지 세로로 잘라야 할 지도 문제죠.

내가 마실 술이 담긴 글라스가 상온에 놔두어서 아주 따스하다? 큰 낭패입니다.

난 죽어도 파티에서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를 만들어 즐기고 싶은데 어쩌지?

우리가 만드는 칵테일의 실패를 줄이는 중요한 방법 중 마지막이 바로 이 테크닉입니다.


어떠신가요? 아니 한잔 만들어 마시겠다는데 뭐가 이렇게 중요한게 많아?

라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글로 길게 써 놔서 그렇지,

그냥 한 번 읽고 생각하면 아주 간단한 사항들이죠.

홈텐딩의 주적 중 하나는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라는 점인데요.

그럴 때 내가 어떤 것을 만들고 싶은지, 뭘 써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세요. 위에 써놓았듯,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위에 적은 사항들은 Bar라는 곳에서 근무하는 바텐더들에게도 자주 간과되는 사항입니다.

'제가 가는 Bar는 다 완벽한데요?' 그것은 정말 좋은 Bar를 가신 겁니다.

처음부터 그런 Bar에 가셨다면 완벽하구요.

저는 또 다른 직업의 특성상 이곳저곳을 다닙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중요한 것들을 간과하는 곳이 아직까지도 좋은 Bar보다는 훨씬 많다고 느껴집니다.


앞으로의 제 글에서는 도구의 종류와 다루는 방법, 칵테일과 바텐더로서의 느낀 점을 써 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때로 술의 힘을 빌어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예전의 마셔라, 부어라 하던 주류 문화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많은 분들이 자신의 상황과 취향에 맞는 '자신만의 잔'을 찾아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Bar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위상이 그다지 높이까지는 오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주류 역시, 하나의 멋진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늘도 Bar에서 근무하는 업계 선후배님들, 동료분들.

정말 멋진 홈텐더 분들과, 우리가 만났고 앞으로 만날 모든 손님들에게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