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넘게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하고,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시작한 지 거진 1년이 넘었다.
해가 바뀌고 작년 한 해를 돌이켜보니, 내가 태어나서 가장 많은 돈을 쓴 해였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던 남자친구와 함께 고군분투한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결혼을 위해 지출한 비용들 전반을 되짚어보았다.
후회 없이 나름 뿌듯한 지출도 있지만,
웨딩 업계의 부적절한 관행으로 인하여 지출하며 속상했던 항목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리는 결혼과 동시에 아파트를 매수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부동산에 투입된 비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실 예식 준비나 스드메, 예물 등은 부차적인 부분으로 생각하고 무엇보다 아파트 매수에 온 정신을 집중했던 것 같다.
우리가 거주할 도시의 수십 군데 아파트를 약 3-4개월에 걸쳐 임장 하였고, 매수를 결심하기까지도 서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 갈등이 많았다. 25년 세 차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모두 겪고 나서야 지금의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결심을 굳혔고, 그렇게 생애 첫 집을 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모은 대부분의 돈을 썼다.
매수한 집의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감히 예측하기 어렵다. 날고 긴다는 부동산 전문가들도 의견이 제각각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대출금을 갚아나가며 매수한 집에서 실제로 살아간다면? 물가 상승을 방어하고 자산 가치를 지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약 5년 동안 악착같이 돈을 모았던 행동이, 나름의 만족스러운 성과로 이어진 한 해가 되었다.
예식장 계약 절차는 이해가 가지 않는 절차의 연속이었다. 예식장 홈페이지에는 대관료나 식대 등 가격 안내가 없는 곳이 대다수였다. 정가를 확인하기 위해선 별도의 결혼 준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했고, 날짜별/시간대별 할인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해당 식장을 직접 방문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원하는 위치의 식장을 몇 군데 골라서 플래너분께 방문 예약을 요청해 두면, 주말 하루 날을 잡아서 서너 군데의 예식장을 그날 하루 안에 답사 후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 당일에 결정을 하지 않으면 당일계약 혜택(대관료 및 식대 할인, 각종 서비스 무료제공 등)이 모두 소멸하기 때문이다.
나는 위와 같은 행태가 소비자에게 가해지는 아주 교묘한 심리적 압박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예식장 측은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제한하고, 방문 당일에만 혜택을 제공하며, 여러 옵션을 한꺼번에 보여주면서 결정을 서두르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충분한 비교와 고민 없이 “그 자리에서 계약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되었다.
이는 가격과 서비스 조건을 투명하게 비교할 기회를 제한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좁히는 행위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또한 급한 마음에 서둘러 예약금을 넣었다가 취소 위약금을 무는 등 불필요한 지출을 하기도 했다.
결혼 준비에서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는 예식장만큼 필수적인 지출 항목이다. 본식 날 입을 웨딩드레스 대여와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기 위해 반드시 진행해야 하며, 웨딩홀 계약 다음으로 대부분 예비부부가 계약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가격이 정찰제로 공개되어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깜깜이 가격에 많은 예비부부들의 비난을 샀었다.
뿐만 아니라 선택 사항처럼 보이는 항목이 실제로는 필수 비용으로 포함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는 원본 사진이 선택사항으로 되어 있어 선택하지 않으면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고란에 “필수”로 표기되어 최소 44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표면상 선택이 가능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추가 비용이 강제되는 구조인 셈이다.
드레스 착용을 도와주고 촬영날 혹은 본식날 신부의 옆에서 드레스 매무새를 다듬어주시는 헬퍼 이모님 비용도 마찬가지이다. 계약 금액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예비 신부가 필수로 지불해야만 하는 비용이다(심지어 현금으로만 받는다). 여기서도 20만 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차라리 필수 금액으로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지 않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선택사항처럼 보이면서도 강제로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셈이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대부분의 지출은 우리 의사에 따라 선택한 것이었기에 큰 후회는 없었다. 예물이나 예단처럼 불필요한 지출은 최소화했고, 부동산과 신혼여행처럼 장기적 가치를 가진 부분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식장 계약 절차와 스드메 업계 관행은 다시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는 현실 때문에 절차를 따라야 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몇 차례나 반발심이 일었고 속상했다. 정보가 불투명하고, 선택사항으로 보이는 비용이 실제로는 강제되는 구조를 경험하면서, 결혼 준비가 단순히 기쁨과 설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깨달았다.
스드메 가격이 정찰제로 바뀌는 등 업계 관행들이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이 반가운 요즘이다.
새로운 가정을 시작하는 예비부부들이 설렘보다 피로를 먼저 느끼지 않도록,
웨딩 업계의 관행을 돌아보고 변화시키려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