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인 만 26살에 5,000만 원을 모으게 됐다. 사실 순전히 내 힘으로 모았다기보다는 부모님의 도움이 일부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5,000만 원이라는 숫자를 눈앞에 두게 되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
나는 25살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다. KOICA 공공기관 계약직 인턴부터 시작해서 현재는 나름 큰 기업에서 이제 겨우 1인분 중인 사회초년생이다. 햇수로는 3년 정도, 기간으로는 2년 3개월 정도 어딘가에 소속돼 월급을 받았다. 대학생 때와 인턴 때는, 정말 그렇게까지 쓸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흥청망청 용돈과 월급을 탕진하기 바빴다. 당시에는 자취를 하지도, 생활비를 따로 내지도 않았기 때문에 돈을 쓰고 싶은 장소나 사람, 물건 등이 있으면 아낌없이 소비했다. 다달이 받는 용돈이나 소소한 과외비, 아르바이트비 역시 다 쓰는 게 당연한 건 줄 알았고, 지출과 저축에 대한 개념 자체가 희미했다.
그러다 인턴 기간 중반 즈음, 퇴근 후 약속이 있어 입을 옷을 고르다가, 꽉 차다 못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내 옷장을 보면서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옷을 많이 샀지?', '이 옷은 사놓고 결국 어울리지 않아서 처박아 뒀구나. 근데 이거 얼마짜리더라...', '같은 스타일 옷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
그날 이후 돌아오는 주말에 큰맘 먹고 옷장 정리를 했다. 언제 어디서 왜 샀는지도 모를 보세 옷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앞다투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문득 망연해졌다. 사놓고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 너무 짧고 얇은 치마들, 질이 좋지 않은 원단으로 만들어진 각양각색 원피스들... 동생이 옷 정리를 도와줬는데, 이런 말을 했다.
어림잡아도 최소 500만 원은 의류수거함에 그냥 버리는 셈이네.
갑자기 동생에게 머리라도 한 대 맞은 듯 띵해졌다. 내 방바닥과 현관 복도까지 이어진 옷들을 보니, 전혀 과장된 말도 아니었다. 나는 정말 잘 입지도 않고,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할 옷들을 귀한 돈과 맞바꾼 셈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있고 오히려 그 가치가 올라가는 물건이 아닌, 소모품 구입에 그 많은 돈을 다 써버린 것이다.
이 충격적인 에피소드를 계기로 나의 소비패턴이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다. 가지런히 정리되어 가벼워진 옷장을 보며, 예쁜 옷이나 액세서리에 대한 욕심을 줄여나갔다. 옷을 구입하기 전엔 옷장을 전체적으로 체크하여 가지고 있는 유사한 형태의 옷이 있는지 점검하였고, 만약 있으면 새 옷은 사지 않았다. 여러 옷에 매칭이 쉬운 기본 의류들을 우선 사들여 되도록 그 옷들을 돌려 입었으며, 액세서리 또한 기본적인 것들을 구입해 주로 차고 다녔다.
단지 터질 것 같은 옷장을 정리했을 뿐인데, 파생되는 결과들은 놀라웠다. 의류나 장신구 등 쇼핑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었으며, 너무 잦았던 친구나 남자친구와의 만남도 적당히 줄어들었다. 만남이 줄어드니 식비나 유흥비가 줄었으며, 그제서야 돈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000만 원 저축을 목표했고 점차 범위를 넓혀나가 주식과 펀드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한 달 월급을 받으면 최소 5-60%는 저축하였고, 일 년 정도 월세를 내던 시기에도 동일한 저축비율을 적용했었다.
그렇게 인턴이 끝나고 실업급여까지 받고 나자, 내 통장에는 1,000만 원이 찍혀있었다. 몇 개월 뒤 정식으로 취업했을 땐 월급의 60%를 저축하고자 아등바등 생활비를 쪼개고 쪼갰으며, 매년 1,800만 원 가까이를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 정규직으로 직장을 잡은 지 1년 8개월 차가 되었다. 기존에 엄마와 함께 조금씩 모으던 청약통장의 저축액 1,000만 원까지 합치니 정확히 5,000만 원을 모으게 되었다. 솔직히 뿌듯하고 즐겁다.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고정된 수입을 받으며 일할 수 있을지 100% 확신은 없지만, 습관을 들여놓았으니 차곡차곡 저축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도에는 총 자산 6,500만 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잘 해내갈 수 있도록 무리하지 않고 열심히 해보아야겠다 :)
- 2022.09.01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