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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 "사용처 증빙 불가? 곧 '공금 횡령'을 의미합니다" : 법무법인 주연
파산 상담을 위해 마주 앉은 대표님들의 손에는 대개 한 뭉치의 서류가 들려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종이는 단연 '재무상태표'입니다.
수십 년간 일궈온 회사가 무너지는 순간, 대표님들의 시선은 재무제표의 한 지점에 멈춥니다.
바로 '가지급금(대표이사 대여금)'이라는 이름의 숫자입니다.
그 숫자를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후회와 두려움, 그리고 간절한 유혹이 뒤섞여 있습니다.
"변호사님, 어차피 이제 문 닫을 회사인데... 이 숫자만 살짝 지우고 파산 신청하면 안 될까요?
아무도 모를 것 같아서요."
그 떨리는 목소리에 담긴 절박함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13년 차 회계사이자 5년 차 변호사인 저는,
그럴 때마다 가장 차가운 목소리로 '안전핀'을 뽑지 마시라고 만류합니다.
법원은 생각보다 치밀합니다. 법인 파산이 선고되면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투입됩니다.
그들의 임무는 회사의 재산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혹시 악의적으로 숨긴 것은 없는지
'현미경'을 들이대고 추적하는 것입니다.
이때 장부를 임의로 수정하거나 삭제한 정황이 드러나면,
사태는 단순히 '빚을 못 갚는 상황'을 넘어 '범죄'의 영역으로 진입합니다.
가져간 돈: 업무상 횡령 혹은 배임
숨기려 한 행위: 사기파산죄
횡령은 회사의 돈을 임의로 쓴 것에 대한 책임이고, 장부 조작은 법원과 채권자를 기망한 죄입니다.
즉, 하나의 가지급금이 두 개의 칼날이 되어 대표님의 목 끝을 겨누게 되는 것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안타까운 경우가 'CASE A'입니다.
실제로는 회사 영업을 위해 리베이트나 접대비로 썼지만, 업계 관행상 증빙을 남기지 못한 경우죠.
마음으로는 백번 이해하지만, 법과 세무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증빙 없는 돈은 곧 대표님이 개인적으로 가져간 '상여'로 간주됩니다.
법인세는 불어날 것이고, 대표님 개인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소득세 폭탄이 떨어질 것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믿어달라"는 호소가 아닙니다. 저희는 지출 당시의 정황,
거래처와의 유대 관계, 남겨진 통화 내역 등 조각난 단서들을 모아 '업무 관련성'의 퍼즐을 맞춥니다.
횡령의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정교한 방어 논리, 그것이 CPA 출신 변호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내가 회사에 못 받은 퇴직금이랑 가지급금을 서로 없던 일로 하면 되잖아요?"
참 합리적인 생각처럼 들리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임의 소비했다면 이미 횡령죄는 성립하며,
나중에 받을 돈(가수금)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 (대법원 2004도7585)
이미 벌어진 횡령은 사후의 상계 처리만으로 씻겨나가지 않습니다.
다만, '적법한 절차'를 통한 상계는 처벌 수위를 낮추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파산 직전의 무분별한 상계는 오히려 '편파 변제'로 몰려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반드시 전문가의 회계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법인 파산의 성패는 결국 '설득'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변호사가 감정에 호소하며 선처를 구할 때,
회계사 출신 변호사는 재무제표의 흐름과 자금 집행의 맥락을 짚어냅니다.
"이 숫자는 횡령이 아니라, 당시 경영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던 경영상의 판단이었습니다."
데이터와 숫자로 무장한 논리는 그 어떤 눈물보다 강력합니다.
파산관재인과 판사를 납득시키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회계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지우고 잘만 파산했다더라"는 위험한 카더라 통신에 인생을 걸지 마십시오.
덮어둔다고 해서 물기가 마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안에서 썩어 악취를 풍기며
언젠가 대표님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이미 엎질러진 가지급금이라면, 이제는 그것을 합법적으로 닦아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법무법인 주연은 공인회계사로서의 정밀함과 변호사로서의 단호함으로
대표님의 재무제표를 다시 쓰겠습니다.
장부를 들고 오십시오. 가장 안전한 출구 전략은 사실 이미 그 숫자들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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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 "사용처 증빙 불가? 곧 '공금 횡령'을 의미합니다" : 법무법인 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