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회사가 산 사람을 붙잡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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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 법인폐업과 파산, 혼동하면 큰일납니다 : 법무법인 주연
상담실의 무거운 공기 속에서 가장 자주 듣는, 그리고 가장 마음 아픈 한마디가 있습니다.
"변호사님, 파산 신청할 돈조차 없습니다. 그냥 폐업 신고만 하고 숨어 지내면 안 될까요?"
텅 빈 통장 잔고와 매일같이 날아오는 독촉장을 마주한 대표님들에게
'폐업'은 가장 쉽고 빠른 도피처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3년 차 회계사이자 5년 차 변호사인 저는,
그럴 때일수록 대표님의 소매를 붙잡고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폐업은 '영업을 안 하겠다'는 선언일 뿐,
결코 대표님을 빚의 굴레에서 해방해 주는 면죄부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이미 숨이 멎은 법인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해결이 아니라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을 품에 안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많은 분이 세무서에 폐업 신고를 하면 회사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폐업'과 '파산'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법인 폐업: 세무서에 "사업을 쉬겠다"고 보고하는 부가가치세법상의 절차입니다.
서류상 회사는 여전히 살아있고, 법인의 빚 또한 고스란히 남습니다. 이자는 오늘도 내일도 쌓여만 갑니다.
법인 파산: 법원을 통해 "회사를 완전히 청산하겠다"는 선고를 받는 절차입니다.
파산 절차가 종결되면 비로소 법인의 인격이 소멸하며, 그와 함께 법인의 채무도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법인격이 사라져야 빚도 사라집니다. 이 사실을 간과한 채 폐업만 하고 방치하는 것은,
죽은 회사의 유령이 평생 대표님을 따라다니게 두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비용이 아까워 법인을 방치하는 선택이, 훗날 몇 배의 대가로 돌아오는 현장을 저는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채권자들은 소멸시효가 다가올 때마다 소송을 통해 시효를 10년씩 연장합니다.
폐업 후 10년, 20년이 지나 대표님이 겨우 다시 일어서려 할 때,
원금보다 커진 이자 뭉치가 대표님의 발목을 챌 것입니다.
회사가 빈 껍데기뿐이고 실질적으로 대표의 개인 사업처럼 운영되었다고 판단되면,
채권자들은 '법인격 부인 소송'을 제기합니다. 회사의 빚을 대표 개인이 갚으라는 서슬 퍼런 공격입니다.
투명한 파산 절차를 밟지 않은 채 회사를 방치했다면, 이 거센 공격을 막아낼 방패가 마땅치 않습니다.
직원들의 임금을 미지급한 채 폐업만 하고 자취를 감추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하지만 파산을 신청하면 국가가 대신 임금을 주는 '대지급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직원들에게는 최소한의 생계를,
대표님에게는 형사 처벌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됩니다.
"좋은 건 알겠지만, 당장 수임료와 예납금이 부담됩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법은 '간이파산'이라는 작은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자산 규모가 5억 원 미만인 소규모 법인을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여주는 제도입니다.
회계사 출신 변호사의 시선으로 보면, 재무제표 안에는 비용을 최소화하며
안전하게 파산할 수 있는 길들이 숨어 있습니다. 지금 당장의 지출이 아까워 미래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법인 파산은 소모되는 '비용'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을 사는 '투자'입니다.
지금 대표님이 겪고 계신 고통을 밴드 하나(폐업)로 가리려 하지 마십시오.
시간이 지나면 곪아 터져 더 큰 수술이 필요할 뿐입니다.
법인 파산은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마무리의 증거입니다.
빚을 법적으로 깨끗하게 정리해야만 비로소 채권자의 추심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새 출발을 꿈꿀 수 있습니다. 대표님 개인의 연대보증이 있다면 개인 파산과 함께 진행하는 정교한 전략도 필요합니다.
복잡한 숫자의 실타래와 까다로운 법의 그물을 푸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십시오.
대표님은 이제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다시 일어설 준비만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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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 법인폐업과 파산, 혼동하면 큰일납니다 : 법무법인 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