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서로의 경계에서
그렇게 믿어보기로 했다. 선택의 연속과 반복되던 후회 속에 어쩌면 처음부터 안 맞았던 것이라고, 어거지로 타협하며 나를 속이고 속이던 것이었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끝을 내지 못한 관계가 미련으로 얼룩질 테니까, 기대 속에 하루를 견디듯 살아온 내가 비루 해질 테니까
하루를 온전히 너에게 집중하기에는 나 또한 그렇게 한가하지는 못해서, 관심의 척도가 연락의 빈도수와 같이 보내는 시간뿐만은 아니라는 걸 분명 알 텐데 왜 그랬는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나도 어찌 보면 결핍이라는 걸 지니고 있는데, 사람마다 발현되는 것은 똑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계속된 의사확인을 통한 안정감을 중시하던 넌 잠시의 외로움도 견디지 못하고, 아무런 말없이 홀연히 내 곁을 떠나놓고선 마치 네가 비연의 여주인공이 된 것 마냥 행동하던 게 나로선 상당히 보기 아니꼬웠다.
진심이었던 사람만 상처받는다는 얘기는 반은 동의하지만 나머지 반은 썩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우리의 관계는 서로의 외로움이 만들어낸 조잡하고 위태로운 관계였으니까, 나 또한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대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너 또한 네게 표현을 바랬던 만큼의 표현을 내게 해주지는 않았으니까
파고들자면, 좋아한다고 말하던 너였던 만큼 나보다 소극적이었으니, 행동역치가 큰 나로선 어느샌가 떨어질 텐션을 끌어다 썼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던 걸까 싶기도 하다.
난 변함없이 살아감에 있어 재미추구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갈 수만 있다면 최대한 가는 쪽으로 생각하며 살아왔고 현재로선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너를 만났던 건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같은 듯 다른 너를 마주하며 파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었다. 그게 전부였다. 같은 얘길 반복하고 모든 걸 나에게 맞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뭐 어떠한가 두 번 째도 다음이었던 세 번째 만남 역시도 계속 이어가 봤지만, 정작 서로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것들만 아는 상태로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안 먹는 음식은 뭔지 나에 대해서 전혀 너는 알지 못했고 나도 같은 얘길 반복함에 있어 신물이 났다.
그게 끝이었다. 하지 말라던 연락을 계속 이어오던 너와, 좋아하는 말을 계속 듣고 싶어 했던 너와, 끝난 얘기를 들쑤시던 너와, 결국엔 잘됐다며 말을 해주던 나와, 마지막으로 남자 소개를 받는다며 나에게 전화하던 너를 끝으로 연락을 내 선에서 끊어냈다.
난 그럼에도 밥 한 끼 할 수 있는 지인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넌 지금까지도 나를 보기 껄끄럽겠지
네가 날 어떻게 떠났는데, 잘도 내 얼굴을 볼 수가 있을까 지금의 네가..
그렇게 행동하면, 여타 다른 이성들은 넘어왔었겠지만 난 뭔가 모를 위화감에 가까운 듯 멀게 거리를 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네게서 확신은 못 느꼈으니까, 내가 잠시라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혹여 하고 있었더래도 나로서는 너의 그 결핍은 채워주진 못했을 거야
서로에게 잘 된 것 같다. 다신 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