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잘못됐다고 말한 적은 없다. 그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표현해 주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해주는 것. 그건 어쩌면 이곳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가끔 내 성격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할 때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바꾸려 하거나 힘들다는 건 아니지만, 연애를 해보려고 하였을 때 자체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먼저 섰다. 사랑을 주제로 글을 많이 쓰려하지 않은 이유도 그에 한몫한다. 내가 모르는 것에 있어 누군가에게 가르쳐 들지 않으려고, 그저 최대한 들어주려고, 그 속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제3자 입장에서 내어주려고 하는 편이다.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른다. 좋아한다는 감정과 사귀고 싶다는 근본적인 감정의 차이는 어렴풋이 알 지언정 그 감정선 사이가 애매모호하다. 결국에는 좋아서 사귀고 싶다, 좋지만 사귀고 싶진 않다. 단지 그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닐까?
외롭다는 감정이 들어도 그것을 본연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다고 말하던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수 없이 외로워봤기에 단연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외로움으로 시작된 인연은 상대의 감정을 아무리 빼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짐에 몸부림친다. 사랑해도 외로울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나
상대에게 사랑을 주고 상대에게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나를 지키며 사랑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외로운 감정에서 시작된 사랑은 마음에 누군가를 들일 준비가 채 되지 못한 것이다.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를 덧내는 행위일 뿐이다.
물론 지금의 내가 아는 걸 확대해석하여 써 내려가는 망상에 불과할 수 있다. 좋은 일들을 굳이 남에게 알리며 연애를 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이미 좋은 관계를 나쁘게 만들 필요도 없지 않나. 그저 내가 듣는 건 매사 부정적인 얘기였고 아무리 얘기해 줘도 결국 해결하는 건 당사자이기에 좋은 관계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생각했던 문제가 잘 풀리면 그건 그대로 좋은 것이다. 마치 재미없는 개그를 친 사람이 주위사람의 표정을 살피며 희끗희끗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형색인 셈이다.
다른 말은 다 각설하고 온전한 나의 얘기를 하면,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관심 없다. 오로지 내가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해 몰두해 있다. 뒤도 옆도 살펴볼 여유가 지금 나에게는 없다. 그렇다고 앞을 잘 달려가는 것 또한 아니다. 헥헥 대는 숨소리를 뱉으며 그저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이 나에게는 지금의 연애라는 게 사사로운 감정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나 또한,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건 애석하게도 내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 편에 속하니 서로가 비슷한 감정선을 갖고서 시작을 해야 한다. 그게 안된다면 애초부터 시작하면 안 되는 관계일 뿐이다.
그리고 난, 겨울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춥다고 말하는 것과 떡에서 쌀 맛 난다는 것처럼 당연한 얘기를 나누는 게 싫다. 가령 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문자 보낼 시간에 쉬면 되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고 대뜸 뭐 하냐고 물어보는 건 더 싫다. 그게 가령 지인관계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너무 연락이 없는 건 서운하다.
나랑 비슷한 사람이라면 다들 그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