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언제나 나를 좀먹었다
글이 건넬 수 있는 자그마한 위로, 처음에는 그것만을 바라보았다. 내가 쓰는 글들이 어딘가로 퍼져 이름도, 얼굴도, 아무것도 모르는 한 사람의 삶에 조그마한 위로라도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난 만족한다고 말이다. 큰 의미에선 변함은 없지만 조금씩 소홀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걸 만약 인간관계에 대입시켜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홀해진다. 가만히 있던 나를 후벼 파는 문장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서운함을 느끼는 건 나 또한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서로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관계를 추구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일까?
잠깐 과거의 얘기를 꺼내자면, 초등학교 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는 것을 중학교 1학년 말이 돼서야 알게 되었다. 그때 문득 스치던 그 친구의 마지막 문자 메시지 한통.
힘들어서 그런데 얼굴이라도 보자
그것을 장난으로 넘겨짚던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 뒤로부터는 나랑 연을 맺는 사람들을 최대한 챙기려 노력했다. 그건 그 친구에게 하지 못한 스스로의 자책이었다.
관계에 있어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 관계의 존립이다. 난 내가 정해둔 커다란 틀 안에서 최선의 방법을 도출하려 애쓴다. 물론 아무도 모르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나의 대한 약점을 꺼내어 보여줄 만큼의 용기나 패기 그런 것들이 내겐 아직 없다. 말은 무겁고 단단하기에 언제 나에게 돌아와 비수를 꽂을지 모름에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몇 십 년을 그렇게 해왔었다. 이제야 묵은 체증의 증세가 나타난 듯하다.
내가 무너지는 말들은 미안하다는 말과, 내가 하는 행동이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 무엇도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니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스스로 괜스레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다. 서운함이 물민 듯 들어온다. 나 또한 사람이다.
자신부터 지켜야겠다. 또다시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해주기 위해 나를 먼저 사랑해야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흐르려는 눈물을 눈에 머금고 꾹꾹 담아낸다. 혹여 내가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서운함을 토로했다면, 순간 정색을 지었다면 그건 너에게 거는 기대감이 크다는 뜻이다.
연락이 갑자기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크고 자그마한 감정들이 모이고 모여 또 다른 결심을 한 것이니, 감정을 배제하고 하려는 일들이 생긴 것이니, 보지도 못한 채로 연락만 계속하면 보고 싶으니까
세상에 그냥 된 건 무엇도 없듯이 갑작스레 되지 않은 것 또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