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회사로 복직한다.

다시 달려 나갈 채비하기

by 김태경

적게는 2개월, 정확히는 3개월의 육아휴직이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무얼 할지 계획을 모두 세웠더랬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실컷 누리기 위해 버킷리스트를 적어두고 일과 계획을 세웠다. 앞선 9개월 동안도 그렇게 지내왔건만 지나가면 아쉬울 뿐이다. 남은 시간을 잘 마무리해야 준비된 인생 후반전 출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디 인생이 계획대로 되나.


복직하라는 회사 전화를 받은 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화요일에 전화가 와서 1일 자로 복직하라고 했으니 내게는 주말 포함해서 꼴랑 5일이 남은 셈이었다. 갑작스러운 복직에 중학생 큰 아이는 회사가 마음대로 한다며 따지라고 했고, 남편은 일주일이라도 늦추는 것을 의논해 보라고 했다. 10살 둘째 아이는 별 생각이 없다. 자기 용돈 주고 가란다. 집에 오는 길에 과자 사 먹는다고.

회사라는 게 그런 게 잘 안된다. 회사 상황도 어려운데 복직할 수 있다는 것, 근거리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것도 참작해야 했다. 남들도 다 아이 키우고 원거리 출퇴근 한다. 20년 가까운 사회생활이 뭐길래 '네 알겠습니다'가 나오는 걸까. 사회적 귀소본능 같은 건가?


전화받은 날 잠을 못 잤다. 어디로 어느 역할로 복직하는지 때문이 아니었다. 분노나 억울함은 같은 감정도 아니었다. 내 시간을 뺏긴 것 같은 아쉬움, 내 계획들이 아스라이 멀이지는 것 듯한 안타까움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아이들 학교 다 가고 정당하게 확보된 나만의 시간에 샛강과 한강을 달리며 듣는 발소리, 새소리를 더 이상 듣지 못하는 것, 한적한 평일 오전 한강 보이는 카페에 앉아 책 한 권 읽는 여유 부림이 불가능하게 된 것, 무엇보다 학교 마치고 엄마 부르며 집에 들어와 간식 달라던 두 아들의 응석을 저녁 늦게나 받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속이 좀 아파왔다. 이번 달에 새로운 브런치 북도 연재했고, 틈틈이 혼자서 재미있게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는 계획도 세웠었는데.. 읽고 싶은 책 목록도 이제 막 업데이트 했고..


인생이 뭐, 갑자기 일어나는 일들이 대부분이지..

매일 해 뜨고, 숨 쉬어지고, 시간 흘러가는 거나 어김없지 비도 갑자고 오고 가을도, 겨울도 갑자기 오고 그런 거 아니겠어? 다만 예상했던 것보다 좀 빨리 온 거니까..

곧 복직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치 시한부를 선고받은 것 같은, 처음 맞이하는 무겁고 낯선 감정이어서 머리가 잠시 아프긴 했지만 내 삶은 계속될 거고, 퇴직이나 이직을 할 만큼 용감한 인생도 아니니 그렇다면 다시 달려 나갈 채비를 해야 한다.


남은 휴직의 3일은 엄마와 동생과 오붓하게 식사를 했다. 미뤄두었던 둘째 아이 방 정리와 가구 배치도 새로 했고, 3일 내내 샛강과 한강을 달렸다. 정성껏 아이들 오후 간식을 챙겨주었고, 엄마 없이 오후를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연신 당부를 했다.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 내가 누렸던 쉼과 사유의 시간의 열매가 맺어지면 좋겠다.

글쓰기는 쉬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 속에서 듣고 보고 배우며 재미난 글감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야 한다. 내가 써왔던 글처럼 평상심으로, 사유와 성찰을 계속하며 인생 후반전을 시작해 보련다.

아자...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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