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이거 어떻게 하면 좋니..

동네 도서관에 앉아서..

by 김태경

한 직장에서 18년 근무하고 휴직 중이다.

아이 둘 출산했지만 육아휴직은 사용하지 않았던 터라 둘째가 초 3이 되기 한 달 전에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40대 중반에, 나라에서 주는 휴직급여받으며 학교 간 아이들 기다리며 있는 지금 이 시간들만큼 인생에 호사스러운 시절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없지 싶다. 그런데 복직이 몇 달 안 남았다. 고작 2~3달..


지난 9개월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중이다.

하루하루 감사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아이들 귀가 시간에 집에서 반겨주고 먹을 것 챙겨주는 것도 기쁜 일이었다. 무엇보다 소원하기만 했던 글 쓰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1년의 호사스러운 생활의 열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무도 읽지 않을지언정 그간 썼던 글을 모아 책으로 발간하려고 했다. 나는 브런치에 지난 몇 달간 글을 연재해 왔고 한편 한편을 쓸 때마다 시간을 들이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글을 썼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어이없고 부끄럽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글들 아닌가! 연재했던 브런치북을 다 엎어 버릴 정도로. 그래서 나는 지금 좌절 중에 있다.


솔직히 말해 볼까?

브런치 구독자가 엄청나게 많은 분들의 글을 읽으면 호감 가는 글, 재미있는 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글도 있다. 근데 왜 그들은 구독자가 많고 나는 없는가 짜증이 났다. 그래서 챗 GPC에 브런치구독자가 많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돼?라고 묻기까지 했다. 그 녀석은 이렇게 답했다.


-브런치는 다양한 일상글보다는 특정 주제 중심의 시리즈를 좋아해

-감정위주의 수필 말고 인사이트형의 '배움'글을 좋아해

-주제가 정확한 글을 좋아하니까 글을 잘 쓰는 것보다는 이 글을 읽어야 할 주제가 명확해야 해

-다른 작가 매거진에 적극 투고 하고 너도 매거진을 연재해. 노출을 늘리면 구독자가 늘어날 거야

-썸네일이 중요해. 사람들의 눈에 띌 만한 제목을 선정하고 직접 찍은 사진도 올려봐


똑똑하는 척하는 이 녀석의 말 대로 매거진 연재와 글의 방향을 바꾸어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근데 갑자기 정신이 확 드는 거다.

'내가 작가를 감히 업으로 삼으려는 것도 아니고, 브런치계의 파워블로거가 되려는 것도 아닌데, 그저 나 좋자고 일단 쓰는 글인데..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너는 참 호락호락한 사람이구나'


브런치를 어떻게 쓸까에 대한 생각은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로 바뀌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도서관에 있다.

직장인이라면 출근해서 회의에 쫓기며 있을 이 시간에 도서관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이미 풍성한 호사라는 것을 다시 상기하며, 내 인생의 종말이 2~3개월 남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새기고, 지금보다 좀 더 긴장감 있게 찾아올 내 인생 후반전을 대비하며 좋은 글들을 읽고 쌓아보자 하기로 했다.


요 며칠간 본 책 몇 권을 소개한다.

-김훈 작가의 산문집 '자전거 여행'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집 '달려라, 아비'

-제임스 스콧 벨의 '소설 쓰기의 모든 것 1: 플랫의 구조"


이 책들을 읽으니 또 한 번 절로 겸손해진다.

김훈 작가의 책은 풍부한 어휘, 절제된 표현, 짧은 문장의 힘, 통찰력을,

김애란 작가의 책은 참신한 상상력에 담긴 삶의 애환, 인간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제임스 스콧 벨의 책에서는 재능 없어도 열심히 읽고 공부하고 쓰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걸라는 위로와 용기를 준다.


다시 내 삶 전체로 돌아가야겠다.

글 쓰는 시간만, 그 글만 아니라 내 인생 전체 속에 하루인 오늘로,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 시대 속에 나로,

다른 이들의 삶을 관찰하고 공감하며 삶을 배워 나가는 태도를 견지하는 마음으로.


이오덕 선생님의 말이 맞았다.

"글쓰기 지도의 목표는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으로 키우는 데 있다.

글을 쓸 거리를 찾고 정하는 단계에서, 쓸거리를 생각하고 정리하는 가운데서, 실지로 글을 쓰면서 쓴 것을 고치고 비판하고 감상하는 과정에서 삶과 생각을 키워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소박하고 솔직한 마음을 잃지 않도록, 풍부한 느낌을 가질 수 있게, 사람다운 행동을 하고 창조하는 태도를 가지게 하는 데 있다."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 중에서)

화요일 연재
이전 05화죽은 자들의 공간에서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