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것

창착시

by 김태경

하늘색으로 칠한다고 하늘이 네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연분홍색으로 칠했다고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가 네 것인 것도 아니다.

노랗고 빨간 크레파스로 태양을 그린다 해도 너는 태양을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다.

엄마 품에 폭 안긴 갓난아이가 갖고 싶다고 네가 짠하고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멋져 보이고 싶다고 마음과 별개로 누군가의 위로의 말을 흉내 냈다가는 가식적 인간이 될 거고

없으면서 있어 보이는 척하다간 너 혼자 있는 시간에 창피함 때문에 질끈 눈을 감게 될 것이다.

지식인으로 보이고 싶어 생각 없이 이 말 저말 붙여 내뱉었다간 너나 잘 살라 조소를 듣게 될 거고

네가 몇 날 며칠 밤을 새워서 '아비뇽의 여인들'을 그린대도 피카소는커녕 변태라 손가락질받을 게 뻔하다.


그러니 누구인 척, 있는 척, 내 것인 척하는 척, 척, 척 그만하고

너만의 것을 만들어라.

80억 세계 인구의 지문(指紋)이 다 다른 것은 이미 너도 너만이 가진 무언가를 가졌다는 뜻일 테니

너의 인생에 주어지는 슬픔과 기쁨, 고통과 눈물을 머금고 네 지문이 새겨진 너의 것을 만들어라.

척하는 인생이 주는 야비스럽고 왠지 모를 찝찝함을 택하지 말고,

생(生)의 많은 시간을 앞사람, 옆사람, 뒷사람 힐끗힐끗 거리며 탐하는 데 탕진하지 말고

온전히 네 시간 속에서 네가 겪는 환희와 상처, 고뇌를 발판 삼아 너의 것을 만들어라.

창작은 고통을 들여다보며 성찰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니

대가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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