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반딧불>을 읽고
나이가 들수록 나를 더 꽁꽁 싸매게 되는 것 같다.
내 아이들, 내 부모님, 내 시간, 내 돈...
근데 또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된다.
내 아이가 노는 다른 집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가 중요하고
다 커 버린 자식 말고 적적함을 함께 보낼 노년의 친구가 필요하고
내 돈과 시간을 나누면 나눌수록 내 속이 더 풍성해질 때가 있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행복은 돈에서 나오지 않고 건강이 제일이며 선행은 언젠가 내게 복으로 돌아오고
겸손과 예의 바름이 존경받을 수 있는 미덕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깨달음이 일상 실천으로 이어지면 좋으련만
나이 들어 시간을 지난다는 것은 아마도
앎을 실천으로 나타내 결국엔 주변 사람들 곁에 지혜로 머무르는 훈련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내 인생이 쓰임 받는다면 쓸모 있는 인생 아닐까.
반딧불
-윤동주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시인은 저 하늘에 떠 있는 달을 그저 하늘에 떠 있는 달로만 두지 않고
내가 밟고 서 있는 땅으로 떨어진 달로 그린다.
내가 보는 것이 내 삶과 맞닿아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내가 보는 사람들, 내가 보는 나무와 꽃, 내가 맞는 비와 바람이 모두..
찬찬히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마시는 원두커피콩, 너무나도 뜨거운 태양, 구멍 난 듯 쏟아지는 비, 북극곰이 밟고 있는 얼음조각 크기까지 말이다.
모두모두가 과하지 않게 딱 필요한 정도만 가지면 좋겠다.
그래야 달 모양이 달라진 것도, 숲 속에 떨어진 달조각 주으러 갈 시간도, 같이 갈 사람도 생기지 않을까.
귀뚜라미 우는 숲 속, 반딧불이 빛 삼아 하늘에서 떨어진 달조각 찾으러 다 같이 모험을 떠나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