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선 님의 <이제는 그까짓 것>을 읽고
시집을 읽다가 이효선 님의 시를 읽었다.
이제는 그까짓 것
-이효선
혼자서 버스 타기도
겁나지 않는다 이제는.
표시 번호 잘 보고 타고 선 다음에 차례대로 내리고
서두르지 않으면 된다, 그까짓 것.
밤 골목길
혼자서 가도
무섭지 않다, 이제는.
사람은 죄다 나쁜 건 아니다.
꾐에 빠지지 않고,
정신 똑바로 차리면 된다, 그까짓 것.
사나운 개 내달아
컹컹 짖어대도
무서울 것 없다, 이제는.
마주 보지 말고,
뛰지 말고,
천천히 걸으면 된다, 그까짓 것.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어머니, 아버지가 이르신 대로
그대로만 하면 된다, 모든 일.
자랑스러운 열두 살.
자신 있는 열두 살.
참으로 극적 반전적 결말을 보여주는 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도 이 시처럼 자랑스럽고 자신 있게 써 보려고 노트를 폈다.
하지만 내가 써 내려간 시(흉내 낸)는 저와 같지 않더라..
지금이라도
-그냥 따라서 써 본 시
혼자 병원 가는 게
무섭다, 이제는.
노후를 위해 근육투자를 해야 한대서
달걀, 두부, 양배추 같은 걸 먹는다, 이제는.
평생직장 옛말이고 빨라진 퇴직에
제2의 인생 살아야 하나 싶어
자격증 공부를 시작해 본다, 지금이라도.
무뚝뚝 사춘기 아들 딸에 서운하고
나만큼 큰 아들 딸 보며 가는 세월 기막히다, 이제는.
나이 들어 병들고 힘 빠진 부모님
다 자기 사느라 바쁜 친구들
돈 벌고 애 키우느라 정신없이 산 아내, 남편을 쳐다본다, 지금이라도.
50을 앞두고 내 버킷리스트 쓰며
더 늦기 전에 도전하자 마음먹어 보기도 한다, 지금이라도.
부양해야 할 가족, 갚아야 할 집 대출금, 예전같이 않은 체력,
뜨거운 열정은 저기 어딘가 숨어 있는 듯하여
새로운 일에도 모르는 일에도 치이지 않기 위해
그저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만 바란다, 이제는.
생각 많은 사십 살.
고민덩어리 사십 살.
40대가 어떻게 살고 있나 생각하다 쓰게 된 건데
너무 가엾고 무료하게만 쓴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짠하네..
다 이렇게, 매일 이렇게 사는 건 아니겠지만
아주 아닌 건 또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끄적끄적 그대로 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