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차이나는 차이나 비즈니스

by 서광

일본은 아무리 더워도 정장과 넥타이를 매고 상대방을 맞이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한국 거래처도 마찬가지지만 어느 정도 친밀하다고 느끼는 시점이 오면 복장을 자유롭게 입고 비즈니스를 진행하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의 중간역할을 하며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세심하게 거래처에 일본의 비즈니스 문화가 다름을 설명해 준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거래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일본 입장에서는 수입하는 입장이니 급할 리가 없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그들만의 비즈니스 방식으로는 일본과는 성립되기가 어렵다. 중간 역할을 하는 나는 일본에서 중요시 여기는 제품의 증빙자료, 제출 가능한 자료를 요구한다. 한중 거래처에는 요구하는 서류가 없는데도 우선 가능하다, 제품 검증 테스트 자료가 있다고 대답한다. 서류 요청을 하면 그때부터는 일본이 까다롭다 하며 날짜도 맞지 않게 대충 만들어 보낸다.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웠던 적이 한두 번 아니다. 한국 & 중국 방식으로 애매모호하고 두리뭉실하게 일처리를 하며 일본하고는 까다로워서 거래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솔직하게 자료가 있다, 없다를 이야기하고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서 상은 한국 사람이야? 일본 사람이야? 왜 그렇게 일본 편만 들어?”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거래처에서 수없이 들었다. 서로 윈윈 하기 위해서 중간역할을 하고 있는 나에게 네 편 내 편을 따지는 건 할 말을 잃게 했다.

중국 출장을 많이 갈 때는 한 달에 8번 정도 간 적도 있다. 중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중국의 비즈니스는 ‘술’ 문화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다행히 출장 멤버들은 다들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시는 사람들이었다. 중국 술 접대 문화에 지지 않을 정도로 술이 센 사람들이었다. 비즈니스의 이야기를 할 때에도 술은 빠지지 않았다. 남쪽에 있는 윈난성에 갔을 때 너무 무더운 날씨였다. 일본 측은 정장, 중국 측은 티셔츠와 면바지 그렇게 비즈니스가 시작되었다. 첫 단추부터 어긋남을 인지했지만, 일본 측에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50% 정도 성공 한듯한 반응을 보이며 비즈니스 이야기를 했다. 중국 측에서는 비즈니스 성공을 축하한다면서 50도 가까운 고량주에 생선 눈알을 넣어줬던 술잔을 받은 적이 있다. 타 들어가는 고량주에 비릿한 생선 눈알을 어떻게 목으로 넘겼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라 마시고 난 후 호텔까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돌아가긴 했지만, 숙소 도착 후 기절해 버렸다. 일본으로 귀국 후 순조롭게 진행될 줄만 알았던 비즈니스는 일본이 원하는 제품의 증빙서류 부족과 다량의 제품 불량에 대한 A/S 불충분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중간 역할을 하면서 도움을 드렸으나, 참으로 안타까운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2년은 출장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지내고, 2년은 나고야와 도쿄를 오가며 지냈다. 내 인생의 역마살이 있는 건지 난 직장 생활하는 동안에도 한 곳에 있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며 캐리어의 짐을 넣었다 뺏다를 반복하며 지냈다. 나의 역마살 덕분에 글로벌한 인재로 한층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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