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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체유심조 Sep 13. 2023

걷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지리산 산속으로 이사 오고부터는 그렇게 좋아하던 등산과 트레킹을 놓아버렸다.

아래 세상에 살 때는 주말이나 휴일에는 아침만 되면 이것저것 배낭에 꾸려서 발이 닿는데로 내 딛곤 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2년째 꿈쩍 않고 집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어제 함께 공부하는 도반들과 걷기 명상하려 숲길 트레킹을 하자는 제안을 받고 오랜만에 잘 됐다 싶어 그러자고 했다.

아침 10시에 도서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6명이 모였다. 첫 트레킹이니만큼 무리를 하지 말자는 의견에 따라 왕복 2킬로 남짓한 숲길을 걸었다. 

도서관 앞에서 시작된 코스가 성철스님 생가인 겁외사까지 갔다오기는 너무 긴 코스라 중간에서 다시 회귀하기로 하고 걸었다.

강변을 끼고 걷는 숲길이 우리집 주변 산세분위기하고는 또 다른 분위기로 다가왔다.

산속은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이면 강변길은 차분하면서도 생기가 넘치는 분위기가 좋았다.

함께 발폭을 맞춰 걸으며 나누는 대화의 공감대와 함께 라는 연대감에서 넉넉하고 좋았다. 

한참을 걷다가 길가 벤치에 앉아 숨고르기를 하다 무심코 바라본 강변에서 자라를 보았다. 남강에 자라가 살고 있다는 것을 들었지만 막상 내 눈으로 보니 신기했다. 아마 우리처럼 강가 바위 위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신기한 듯 "저기다 저기"라며 소리를 지르니 물속으로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연은 어른들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하는 마법의 힘이 있다.  있는 그대로, 좋은 그대로, 기쁜 그대로 모든 감정을 풀어 헤칠 수 있어서 좋다. 

자연에서 웃는 웃음은 세로토닌의 분비를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하여 우리 몸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게 한다. 얼마나 건강에 유익한가. 오늘의 숲길 트레킹은 몸과 마음을 살리는 좋은 시간이었다.

걸으면서, 웃으면서, 수다 떨면서 걷는 숲길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강변 데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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