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 중에서 두 번째 절기인 우수다. 첫 번째 절기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라고 한다면 봄비가 내리고 새싹이 돋는 시기인 두 번째 절기인 우수다. 자연의 이치에 따른 것인지 우연인지 알수 없지만 어김없이 봄비가 내렸다. 발코니에 걸려 있는 온도계의 수은주가 19도를 가리키고 있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우수가 지나면 봄기운이 돌고 산천초목이 싹튼다는 말이 있다. 아직은 꽃샘추위가 찾아오기도 하겠지만 한겨울 추위 만 할까. 세상이 변해도 자연의 이치는 크게 어긋남이 없음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날이다.
밤새 봄비치고는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렸다. 여름 장맛비처럼 대찬 빗줄기가 하늘에 구멍이 났나 싶을 정도로 무섭게 쏟아졌다.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예상될 때 지리산의 강수량은 어김없이 최고수위를 가리킨다. 이번에도 많은 비가 내릴것이라는 예보처럼 밤이 깊어갈수록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가 장엄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 개인 하늘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앞산은 한 치 앞 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안개사이로 밤새 내린 큰 비로 앞산 비탈길로 물길이 만들어지면서 작은 폭포를 연상할 정도로 세찬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계곡물은 거센 용트림을 하면서 쏟아져 내려간다.
엊그제 비가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화단과 텃밭에 거름을 뿌렸다. 봄을 맞이하는 농부의 마음은 모두 같겠지만 한 해를 시작하는 간절함으로 슬슬 몸풀기를 해본다.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춥다는 핑계로 게으름으로 보낸 시간들을 뒤로하고 이제는 바깥세상으로 봄맞이하러 나선다.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아 계곡물이 불어나고 산수유 꽃망울이 맺히면 산들이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다. 해가 넘어가는 저녁 어스름 바람은 싸늘하지만 우수에 젖은 바람은 포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