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념'이란 배우가 있었다. 초록색 검색창 '퇴폐적인 배우' 치면 그가 제일 먼저 등장할 만큼 독특한 분위기와 그 미모는 뭇 여성들의 마음 사로잡았다. 그는 여러 장르 가릴 것 없이 출현할 정도로 연기 욕심이 대단한 배우였다. 쉬는 틈 없이 작품을 했고 마를 날 없이 인기는 치솟았다. 그는 사생활마저 깨끗했다. 파파라치가 그의 사생활을 캐내려고 했지만 결국 밥 먹는 모습밖에 찍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연기가 일상이었다. 그는 아역부터 시작해서 20년이 지날 동안 쉬는 법 없이 달려왔다. 꼭 무언가의 얽매인 사람처럼 연기했다. 그의 연기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이아념이라는 배우가 자살했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평생 연기만 할 거 같이 달려왔던 그의 행보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은 듯했다. 이아념은 한마디로 불안함 그 자체였다고 한다. 웃어도 환하게 웃는 법이 없고 항상 어딘가 아파했다. 촬영이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캐릭터가 되었지만, 촬영 전에는 다크써클을 짙게 흐리며 멍하니 있었다고 한다.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부검 결과 그는 마약은 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마약에 절어 있듯이 그는 생동감이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사람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일기장 발견했는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더럽다. 너무 더럽다. 이 세상 나보다 더러운 것은 없다. 바퀴벌레보다 더럽고 걸레 보다 못한다. ]
[나는 내가 아니고 싶다. 연기를 하고 있으면 내가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 일 뿐 빛나는 사람이 되어 있다가 다시 한 번 작품이 끝나니 또 한 번 내가 더럽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영원히 다른 사람이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쭉 이어져 있던 그 일기장은 드문드문 적혀 있었지만 내용은 굵직했다. 그는 사업가 아버지 밑에서 자라왔고 어머니는 항상 멍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기 일쑤였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없을 때만은 어린 그를 더럽다며 때렸고 미안하다며 울더니 자기 자신을 때렸다. 어렸을 때는 알 수 없었지만 어머니는 아버지가 오면 '강간마 새끼' 중얼거리더니 방안으로 들어가 아버지가 나갈 때까지 나오지를 않았다. 자세한 일은 모르겠지만 대충 무슨 일인지 파악은 할 수 있었다. 그의 부친은 모친을 집착이라 표현할 정도로 좋아했고 밖에 나가게 하는 법이 없었다. 그것을 수상히 여겨 모친의 어렸을 적 행적을 조사해보니 모친은 고등학생일 때부터 행방불명이었다. 그 후로 부터 그는 자신이 정말 ‘더럽다’라고 느껴졌다. 그 아버지가 더러웠고 강간범에 자식인 자신도 더러웠다. 폭력은 여전했지만 가끔가다 상냥한 모습을 보이던 어머니가 자살한 것은 그 후로 1년 뒤였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자살을 하자 어머니에게 향하던 그 집착이 그에게로 향했다. 반항을 하면 벌 주었다. 그 벌은 끔찍하기도 했고 더럽기까지 했다. 온 몸 상처가 나서 배우로써 몇 년 동안 노출씬을 찍지 못한 것도 그 이유였다. 그는 점점 성장했지만 목줄에 매달아 있다가 풀어져서도 도망가지 못하는 개 신세처럼 맞았다. 배우 일은 연기자가 꿈이었던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시킨 일이었다. 연기를 하고 나면 본래 인생을 까마득하게 잊을 수 있어서 그는 시킨 일이지만 좋았다. 못하면 맞는 일이 많았지만 좋았다. 그 후로 아역부터 차근차근 쌓아오던 연기실력은 그를 인기스타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밖에서 보는 입장 일 뿐 겉과 속은 달랐다. 아역일 적 그는 연차가 많은 여배우에게 강간을 당했다. 아버지는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모른척했다. 오히려 어려도 남자니 당해도 좋지 않았냐는 반응이었다. 헛구역질이 치밀어왔다. 세상이 이리도 흐려 보일 수는 없었다. 그때 당시 그의 나이 9살이었다. 그런데 작은 아이에게 할 소리인가?
이들 곁에 있으면 도덕적 개념이 흐려지는 느낌이다. 그 느낌은 온 세상이 잿빛으로 느껴질 만큼 아이의 가슴을 쥐어 파먹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이가 강간을 당한 후
작품이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여자와 만나는 날은 더욱 많아졌다. 아이는 맞는 것에 둔했고 여자는 그것을 알아 자신의 성적 성향을 풀듯이 아이를 때리며 강간을 하고 또 했다. 아이는 피폐해졌다. 자살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허나, 연기를 하면 언제 자신에게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캐릭터로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자살을 그만두고 미친 듯이 연기에 빠졌다. 연기는 자신이 아니었다. 그게 너무나도 좋았다.
그리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여전히 아이의 현실은 항상 그를 괴롭혔지만 그 현실에서 자극을 계속 받다보니 무뎌졌다. 벗어나는 법도 몰랐다.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했다. 주위에 선망과 명성 그리고 부를 얻고 커갔지만 그는 그 둘에게서 맞는 개였다.
나이를 많이 먹어감에도 변함없었다.
자살 직전까지 그는 강도 높은 성관계를 했던 것까지 일기에 적나라하게 적혀있었다. 그는 성관계 도중 여자를 죽였다. 그 여자가 누군지 일기에 적혀있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누군지 알 수밖에 없었다. 같은 날. 죽은 연예인은 은퇴한 ‘장미려’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장미려 말고 아버지도 서슴없이 죽였다. 칼로 몇 번이나 찌르고 찔렀다. 잔인하고 흥분으로 가득한 상처들이 적나라했다.
이때까지 가만히 맞기만 했던 그가 폭발한 건지 아니면 벗어날 방법이 죽이는 거 밖에 없다. 라고 생각했던 건지는 일기에 적혀있지 않았다. 그는 그리고 자기 집에 와서 수면 약을 다량 섭취하고 칼을 손목에 긋고 물에 담가 눈을 감았다. 절대 자살에 실패하지 않겠다는 일념이 보일정도였다.
그 일기에 마지막 한 구절에는 그의 처절한 마음을 대비하듯이 글이 적혀 있었다.
[살고 싶은데 항상 숨이 막혔다. 연기는 즐겁지만 내가 살고 있는 한 이 악몽이 끝나지 않을 거 같았다. 어서 끝이 왔으면 이 악몽에서 끝이 왔으면 하고.......바랬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를 도와주시고 믿어 주신 분들과 사랑하는 팬 분 들게 정말 죄송합니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인기 배우가 그런 고통을 안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고 스캔들이 없기로 유명한 배우가 사람을 죽이고 자살을 했으니 말이다.
대한민국은 한동안 그 얘기로 시끄러웠다.
같은 분위기의 배우가 지금 태어났다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