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2. 16
마지막으로 본 주말 드라마는 '내 딸 서영이'였고 평일드라마는 '별에서 온 그대'였다. '가족끼리 왜 이래'는 네이버 리뷰나 연예기사에 올라오는 짧디 짧은 줄거리 몇 개만 봐도 내용파악이 다 되기에 대략 어떤 드라마인지는 알고 있었는데 오늘 마지막 회라길래.
아이들 노는 틈에 어플로 30분쯤 클라이맥스만 본 거 같다. 보다 보니 참 예전에 내 모습도 생각나고 아픈 부모님과 이별하는 과정이 참 진짜구나, 작가도 겪어보고 썼을까 싶을 정도. 우리 엄마도 저렇게 아픈 모습, 슬픔 겪게 하기 싫어서 그렇게 빨리 가셨구나 싶고. 나도 엄마 옆에서 자고 있었는데 엄마 가시는 것도 모르고 자고 있었는데. 박형식이 연기하는 셋째의 그 마음, 남 모르는 죄책감 다 이해 간다. 엄마의 아픔보단 내 감정에 앞서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동생이 얄밉기도 했었고.
그렇게 떠나시던 날. 엄마 엄마 부르며 울던 그날 아침이 드라마와 오버랩되는 것이 시청률 46%는 나같이 공감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나도 6년이란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것은 그만큼 엄마랑 함께한 추억도 시간도 많기 때문일 거다. 지금 내가 나의 아이들과 보내는 이 시간들도 훗날 이 아이들에게 추억이 되고 아픔이 되는 시간이 오겠지만 행복한 기억으로 만들어주고 떠나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 나는 알 것 같다. 마지막에 노래를 부르며 슬프지만 기쁘게 웃으며 이별하는 것이 지나친 극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슬픈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차라리 웃으며 이별하는 것이 남아있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나중에 기억을 떠올렸을 때 남은 가족들이 눈물보단 웃음을 먼저 지을 수 있게 배려하고 떠나는 이별.
여하튼 나는
울 엄마보다 오래 살아야겠다.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나는 육아하던 시절 드라마를 끊었다. 작가가 되고 싶고 상상 속의 이야기에 빠져 사는 것이 너무 좋아서 드라마는 내 삶에 한 부분을 차지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드라마를 끊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게 육아에 올인하던 시절이었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너무 보고 싶은데 이 녀석들이 잠도 안 자고 칭얼거리고 울 때면 화가 났다. 너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수가 없다는 것이 속상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기를 안고 봐도 됐었는데 그때는 아이에게 텔레비전 소리나 영상의 빛을 쪼이게 해 주기 싫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렇게 화를 내는 내 모습을 보니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그까짓 드라마 보자고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짜증을 냈는가 싶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몇 년 동안 드라마를 끊었다. 당시 어떤 드라마가 화재가 되고 입소문을 타는지 모르게 세상 소식에 문을 닫고 살았다.
막내가 조금 자라고 여유가 생기다 보니 이제 슬 좋아하는 드라마에 복귀할 기회를 얻었다. 그때 끝나가던 작품이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작품이었다. 거의 마지막 회 정도에서 보게 된 것 같은데 그 드라마를 보고 내가 많이 울었었나 보다.
나의 엄마는 내 결혼을 보름 앞두고 돌아가셨다. 위암 첫 번째 수술 5년 후 관해상태에서 복막으로 전이가 되며 발견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셨다.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수가 있나 싶겠지만 우리 엄마는 가족들을 위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다. 그때는 너무 상처가 되고 힘든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도 아이를 낳고 가족이 생기다 보니 내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엄마가 그런 선택을 한 것에 충분히 이해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남아있는 가족들이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으셨을 것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생길 모든 고통과 괴로움을 남기고 싶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드라마 속 아버지의 모습에서 본 것 같다.
엄마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생을 일찍 마감해야 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오래오래 가족들과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 비록 이별의 과정이 슬프고 힘들겠지만 가족들에게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갑자기 닥친 이별은 남은 이들에게 깊은 상처가 된다. 깊은 슬픔. 내 아이들은 나처럼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우리 엄마보다 오래 살 것이다. 우리 엄마가 쉰넷에 세상을 떠나셨으니 나는 쉰넷이 되려면 앞으로 8년이 남았다. 어쩌면 그 숫자는 마의 고개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엄마를 너무도 닮은 내가 엄마의 인생을 답습하진 않을까 걱정스러워서 저 고개를 넘으면 한숨 돌리고 남은 시간을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우리 엄마가 돌아가신 그때보다 더 오래 살아서 우리 아이들 결혼하는 것도 보고 아기 낳는 것도 보고 일하고 싶다 하면 아기 봐줄 테니 나가서 일하라고 하고 살아보니 결혼이 별거 없더라 하면 다시 엄마 딸로 돌아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나의 엄마를 만나는 날이 온다면 떠나시던 그날 밤, 절대로 잠들지 않고 뜬 눈으로 밤을 지켜가면서 사랑하는 엄마의 등 뒤에서 가지 말라고 꼭 붙잡을 것이다. 남은 시간 고통이 아닌 행복으로 이별하자고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다. 엄마가 이대로 떠나면 나도 따라 죽는다고 협박을 해서라도 세상의 끝에서 되돌려 오리라. 딱 한 번만 되돌아갈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