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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희 Nov 30. 2023

오늘만!

2019. 10. 03.

민서가 눈을 비벼 눈가가 헌 데다가 다른 한쪽 눈 아래에 농가진이 생겼다. 병원 가 한 시간을 기다리고 진료보고 집에 와 뻗어 낮잠을 잤다. 최근 입원 후 면역이 떨어졌는지 회복도 못 시켜주고 2주나 엄마 없이 식단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고생시켰구나 싶어서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나도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마음은 훤한데 맘대로 일이 되지 않고 아직 움직이면 통증도 가끔 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일이 예전 같지 않은 데다 맘 대로 되지 않는 모든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 같이다.

작은 일도 짜증스럽고 참고 있는데도 답답하고 울고 싶은 것을 많이 참았다. 맘이 흐트러질까 봐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에도 많이 삼켰다. 그게 쌓이다 보니 맘에 돌덩이가 된 것 마냥 그랬다. 아이들한테도 내 화를 풀고 싶지 않고. 태풍에다 몸도 힘든 데다 어제는 이런저런 핑계로 우리 엄마 제사도 못 갔다.

아이들 등하교 2주 넘게 고생해 주신 민서 선생님께 퇴근시간 맞춰 치킨 시켜 전해드렸다. 아이들이 먹고 싶다 해서 치킨 시켜주는데 울 엄마 좋아하시던 그 치킨집 이름이 보여 시켰더니 치킨 먹는데 눈물이 나서.
그것마저도 눈물을 참고 삼켰더니 도저히 마음에 우울함이 가시지 않아 갑자기 모든 게 다 터져버렸다.

아이들 양치하라 했는데 안 하고 있는 게 그리 화날 일인가 그냥 사소한 짜증이 터지면서 펑펑 울고 말았다.
아이들이 자기들 때문이라 생각할까 봐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제대로다.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은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눈물이 터지고 말았네. 엄마 운다고 편지 써온 막둥이와 엄마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는 아들내미와 혼자 또 맘 조리고 있을 둘찌까지.


매일 괜찮은가 걱정하시는 우리 아버지, 나 때문에 고생하는 우리 언니, 고집스러운 내 성격에 눈치만 보시는 시댁식구들께 한없이 미안해지는 오늘. 차라리 펑펑 울고 털어버리자. 누구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맘이 힘들 때가 있으니까. 지금이 나에겐 그럴 때인 듯.


오늘만 울고 내일은 웃기!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남편에게 신장이식을 하고 나서 나는 5일 만에 퇴원해서 집으로 내려왔고 남편은 몇 주 더 중환자실을 거쳐 격리실을 거쳐 일반실에서 회복을 한 후 집에 올 수 있었다. 한 달이 안되게 병원에서 회복기를 거쳤고 일찍 퇴원한 나는 집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뭔가 다 끝났는데도 마음이 힘들어서 그냥 펑펑 울어버린 날이다. 울고 싶은 것을 참으면 마음이 더 힘들어져서 에라 모르겠다 생각하고 막 울어버렸다. 아이들이 걱정할까 봐 잘 참고 있었는데 이리저리 몸이 힘들고 마음이 힘든 것들이 쌓여있었나 보다. 괜히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것 같아서 참으려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아마 저 때 울고 나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던 것 같다. 


항상 강해야 하는 게 씩씩하게 견뎌야 하는 게 버거울 때도 있다. 엄마라고 어찌 다 참아낼 수 있겠나. 술도 안 마시는 내가 가끔은 맥주 한 잔으로 잊어버릴 때도 있고 눈물로 씻어 낼 때도 있어야지. 가끔은 다 내려놓고 쉬고 싶을 때도 있고 밥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자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엄마가 뭐라고 꾸역꾸역 부엌에 나와 자식들 배곯을까 또 밥을 하고 있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책임감인 것 같다. 


그래도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라. 이다음에는. 네 생각도 하고 네 마음도 좀 알아주고 쉬고 싶으면 좀 쉬어가면서. 다시 엄마가 된다면 조금은 너를 더 챙겨가며 너무 힘들이지 말고 살아. 그래도 괜찮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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