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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희 Dec 04. 2023

남편의 입원

2019. 03. 03.

지난 내 시간을 나는 어찌 보냈을까 싶다. 근 십 년을 지금도 밤에 자다가 깨서 오는 아이들을 잠결에 맞이하고 재우고 이방 저 방 거실을 따라다니며 그렇게 육아를 하며 지나온 세월을 나는 밥심으로 살았을까? 크게 아프지 않고 살아온 게 대견하구나!

응급실로 가서 찬이아비를 입원시키고 왔다. 썰렁한 병원에 누의고  돌아오는 기분이 참 헛헛하다. 며칠 동안 다리아픔의 원인이 대상포진이라니 너무너무 아파해서 신장은 둘째치고 병원입원을 결정했다. 새 학기 준비에 교육과정 다시 짜고 고생이란 고생에 스트레스와 피로누적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음식도 변변히 못 먹고 하더니 대상포진이라네.

어쩔 수 없이 병원입원시켰다. 얼른 낫는 게 우선이지. 집에 와 치우고 잠든 시각 새벽 12시가 지났다. 아침 7시부터 야속하게 눈이 떠지네. 주말인데 주말 같지가 않다.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내가 지치지 않고 아이 셋을 2년 간격으로 낳고 키우면서 크게 아픈 곳 없이(만병의 근원이 비만이고 제일 나쁜 비만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 셋을 다 키워온 것은 오로지 밥심이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으로 살지. 암. 하루 세끼 꼭꼭 정해진 시간에 한식 위주로 잘 챙겨 먹어서 아픈 곳 없이 십오 년 육아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신장병이 있던 남편의 크레아틴이 본격적으로 4점을 넘어선 것은 이때쯤이었다. 그래도 아직 여유가 있겠지, 조금 더 버틸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어느 날. 3점대를 근근이 유지하면서 그래도 잘 살고 있던 우리에게 갑자기 이식을 준비해야 될 때가 왔구나 하는 신호를 이 날 받았다. 생활부장 2년 하고 연구부장 1년 차였던가 2년 차였던가. 봄방학이 끝나갈 무렵 남편이 다리가 그렇게 아프다더니 수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신경통이나 정형외과적 질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대상포진이었을 줄이야. 대상포진 약이 신장에는 좋지 않아서 남편은 쌩으로 통증을 이겨내야 했는데 아파도 너무 아파서 통증이라도 조절해 보려고 입원을 했다.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보다 남편의 크레아틴이 4점을 넘어섰다는 것이 더 힘들었다. 이제 준비를 해야겠구나, 남편의 신장이 기능을 다 했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덜컥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는 사람을 나약하게 만든다. 남편이 입원하고 혼자 보내는 밤은 참 길고도 두려웠다. 


그래도 그 시간을 잘 이겨내고 지금의 우리가 있다. 다시 이런 시간이 다가오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걸어 나오기. 무사히 걸어 나오면 그 끝에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단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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