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죄가 없다

2015. 12. 15

by 반윤희

집에서 연습할 때는 이렇게 잘하는데....... 이거 보여주고 싶었는데. 내가 욕심이었나 보다.


시부모님께도 이만큼 혼자서도 잘 키웠다고 보여드리고 싶었고 조카들에게도 이쁜 동생들 모습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잠시 현실을 잊고 산거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화가 풀리지 않아 하루 종일 우울증 환자처럼 울었다. 어젯밤부터 4번쯤 방문 닫고 들어앉아 울어버린 거 같다. 자꾸만 손가락질하며 웃던 사람들 생각이 나서 그렇게라도 화를 풀지 않음 내 새끼들이 미워질까 봐 원망스러울까 봐.


민서를 많이 많이 안아주고 꽁해진 맘을 풀려고 노력했는데 민찬인 더더욱이 쉽지 않더라. 나이가 좀 들었다고 그런지 자꾸 좀 하지 싶은 원망이 더 컸다. 모든 걸 놓고 마음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길 기다렸다. 오후쯤 돼서 펑펑 한번 더 울고 나니 맘이 일어서려 했다.


별거 아닌 일에 너무하는 거 아니냐 할지 몰라도 자식이 웃음거리가 되는 걸 지켜보는 순간이 너무 아팠다. 차라리 내가 돌을 맞으면 모를까 너무도 작고 여린, 무대가 무서운 이 아이를. 그냥 거두지 못하고 내 욕심에 그 자리에 서게 한 거 같아서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어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 그 노래와 춤을 추며 신나게 웃는 아이들을 보니 그 힘든 순간을 짊어지게 한 것은 나의 욕심이었는 듯. 그까짓 거 그냥 안 했어도 되는 것을.


내일 아침이 되면 오늘 보다 조금 더 받아들이기가 쉬웠으면 좋겠다.


자식은 죄가 없다. 다 못난 내 탓인 것 같아 속상한 밤.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첫째는 겁이 많고 엄마를 떨어지지 못해서 다섯 살까지 집에서 동생들과 같이 지냈다. 첫 기관이 6세 유치원이었고 물론 유치원에 가서도 항상 아이들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고 멀리 바라만 보는 이방인에 불과했다. 그래도 안 간다는 말은 안 해서 꾸역꾸역 아빠 따라(아빠가 일하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출퇴근을 시켰다. 사진을 봐도 항상 친구들 무리 뒤에 있고 눈은 외사시처럼 사진마다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가 적응을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6살이면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해되 될 때라 여겨서 유치원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어 학예회를 하는 날, 아들은 춤이 추기 싫다고 했다. 무대 위에 올라가서 사람들이 자기를 보는 게 싫다고 했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 다 하는 거니 억지로라도 올리면 따라 하겠지 싶어 선생님께 학예회 같이 올려달라고 말씀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은 망부석이 되어 무대 한가운데서 움직이지 않았다. 많이 속상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무대에 세우지 말걸 그랬나 조금은 후회가 되었다. 그다음 해 둘째가 5살로 유치원에 첫 입학을 했다. 오빠랑 합반이라 조금은 적응이 쉽겠지 싶어 딸려 보냈다. 말없이 남편도 두 아이를 데리고 열심히 출퇴근을 했다. 어김없이 돌아온 학예회 날, 행여 올해도 무대에서 움직이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은 되었지만 그래도 일 년이 지났으니 좀 나아졌겠지 싶었다. 학예회 전 주 할아버지, 할머니 생신 축하자리에서도 배운 춤을 둘이서 너무 멋지게 잘 추었길래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희망은 절망이 되어 돌아왔다. 첫째도 역시나 망부석이 되었고 둘째마저 무대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둘째는 친구들이 춤을 추고 있는데 무대 뒤로 뛰쳐나가 버렸다. 구경온 다른 엄마들이 우리 아이들을 보고 마구 웃었다. 손가락질을 하며 막 웃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너무 속상해서 집에 와 아이들을 재우고 혼자 방에서 펑펑 울었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인생이 무너지는 것 같은 슬픔이었다. 그동안의 육아가 모두 실패한 것만 같은 느낌. 내 노력이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


그땐 그랬다.


지금의 마음이라면 그렇게 울면서 속상해하진 않았을 텐데. 키워보니 그런 것은 정말 별 일이 아니더라. 오히려 나도 남들처럼 배꼽 잡고 웃으며 장난스럽게 넘길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초보 엄마이던 그때는 그게 왜 그리도 속상했었는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자라는 내 아이를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남들과 다르거나 남들의 성장속도에 미치지 못하면 그게 큰 걱정인양 고민하고 속상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엄마도 경력직인가. 시간이 지나고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게 되고 남과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되고 내 아이의 성장만 비교 없이 바라보게 될 때, 부모로서 마음가짐도 넓어지는 듯하다. 그땐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고 모든 게 걱정스러운 때였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니까 아무 잘못이 없다. 그렇지 않기를 기대하는 부모의 욕심일 뿐. 그 욕심이 걱정을 만들고 괴로움을 만들었다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아이들이 자란 지금은? 틀리면 틀린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그냥 예쁜 내 자식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남들보다 잘하고 못하고 가 아닌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가 궁금해지는 나도 이제 보통의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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