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2. 26
내 아들 구민찬
요즘 민찬이랑 가장 많이 생기는 의견차이가 이모집에 놀러 가는 거다. 민찬이는 형아가 너무 좋아서 늘 형아집에 가고 싶어 한다. 물론 보내 줄 수도 있다. 언니도 괜찮다고 하고 가서도 잘 놀고 너무 좋아하니까.
그런데 나는 자꾸만 그게 서운하고 속상하다. 엄마 VS 이모집 이렇게 비교하는 것처럼, 민찬이에게 집은 집이고 이모집은 이모집일 뿐일 텐데 자꾸만 인기투표에 진 마음처럼 자꾸만 내가 민찬이에게 필요 없는 사람, 없어도 되는 사람, 이제는 쓸 모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고 서운하고 서글프고 속상하다.
자꾸만 가겠다고 떼쓰는 거 보면 정말 참고 있던 화가 화산처럼 솟아오른다. 한두 번 설명하고 이유를 말해주고 처음 약속 한 것처럼 정해진 날에 정해진 시간만큼 가는 것으로 하고 나도 잘 보내줬었고 좋아하는데. 이제 그 정도가 지나쳐서 완전 완전 완전 형아한테 못 가서 난리가 난 사람처럼 떼를 쓴다.
첫째고 남자라서 위에 형아가 필요하고 즐겁고 재미있고 유치원 친구들도 다 한다는 그 게임 마크가 하고 싶어서 그거 형아가 하는 거 구경하고 십분 운 좋게 얻어서 해 보는 거 그거 때문에 더더욱 미련을 못 버리고 가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오늘은 어제 집에 와놓고 또 가겠다고 해서 그러면 엄마는 이제 민찬이 우리 집에 못 오게 할 거라고 정 가고 싶으면 이모집에 가서 살라고 엄마 안 보고 집에 안 와도 되겠냐고 초강수를 뒀는데
네! 하고 갔다.
그 순간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서 눈물이 핑 돌았다. 옷이랑 짐들 가지고 갈 거냐 했더니 그렇단다.
정말 진심 꼴 보기 싫어서 가라고 택배로 보내준다고 했다. 그랬더니
엄마, 내 포켓몬 카드도 같이 보내줘!!
그래서 한 마디 해줬다.
엄마라고 부르지도 마!!
너무 서운하다. 너무 속상하다. 아무도 내 맘을 모를 거다. 엄마한테 떨어지는 게 싫어서 다섯 살 처음 어린이집 갔을 때도 삼일 만에 때려치우면서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힘들어도 애들 셋 끼고 집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그렇게 녀석들 뒤치다꺼리하면서 그렇게 보낸 세월이 5년 째다. 시어른들도 조카 본다고 고생하고 사셨으니 이제 늙으셔서 손주 본다고 고생하실까 봐 우리 엄마가 살아계셨어도 절대 황혼육아 안 시키겠다고 손 한 번 벌리지 않고 애들 한 번 맡기지 않고 내 손으로 고생해서 키웠다.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다섯 살까지 끼고 앉아서 혼자 마음으로 삼킨 눈물이 늘어난 내 흰머리가 얼마나 많은지...... 누가 알아주나.
그렇게 떨어져라 떨어져라 엄마 없이도 살아봐라 노래할 때는 가지도 않더니 이제 다 컸다고 엄마도 필요 없고 지가 놀고 싶은 거 좋아하는 사람한테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데 억장이 무어졌다. 보상을 받으려고 내 고생에 대해 대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쉽게 무너지나 이렇게 쉽게 버려지나 그냥 좋아서 뒷일 생각 못하는 아이라서 그렇다지만 나는 정말 엄마로서 내가 녀석에게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하는 자책이 몰려와서 하루 종일 속상하고 또 속상하고 당장이라도 가서 데려오고 싶은 마음 반, 정말 서운해서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은 마음 반이다.
잠 못 자고 키운 날이 몇 날 며칠이고 행여나 다칠까 아플까 항상 걱정으로 키운 내 자식이었는데...... 배신감에 잠이 오지 않는다. 자식은 마음에서 점점 놓으면서 키워야 한다는데 나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벌써부터 이런 고민으로 잠 못 들 줄이야. 품 안의 자식이다.
놔주는 연습을 해야 할까 보다.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아이가 이모집 간다고 하면 깨춤을 추겠다. 얼른 가라고 실컷 놀다 오라고. 형아링 신나게 놀다가 내일 와도 된다고. 정말 땡잡았구나를 외치며 이번주는 또 안 가냐? 하고 물었을 것이다.
중학생이 되어서 좀 나가라고 해도 주말 이틀 내내 소파에 늘 같은 자세, 같은 위치, 같은 휴대폰을 손에 잡고 앉아서 저렇게 돌부처가 될 줄 알았다면 나간다 할 때 더 많이 보냈을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많이 나가 놀아본 놈이 또 나갔을 텐데. 왜 저렇게 끼고 앉아 있고 싶어서 안달복달했을까. 아이고! 젊은 시절의 나야. 정신 차려라! 그 녀석은 앞으로 더 안 나갈 녀석이다. 진작 많이 내보냈어야 했다.
어리석은 중생은 겪어봐야 알지요. 집 밖에 나가 노는 것을 이렇게 바라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좀 더 내보냈어야 했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