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3. 01
오 년이 지났다. 쏜 살 같이 지났다. 시간이 이렇게 빨랐나 싶게 너무너무 금방 내 인생의 삼십 대 후반이 지나가버렸다. 알차게 보람차게 후회 없이 가치 있게 소중하게 감사하게 빛나는 나의 서른 살 후반이 민찬이 민서 서영이란 세 아이와 함께 가득 찼다. 지나간 시간이 아깝지가 않다. 많이 자라는 시간이었고 나도 엄마로서 어른으로써 성장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많은 것이 변했고 나도 변했다.
예전과 같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때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되어 있기를 기대한다.
매 년 봄이 오면 내 자리를 잃은 것 같아, 엄마로서 나만 있고 선생님으로 나는 어디 갔나 봄바람처럼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하고 그랬었는데 내 자리로 돌아가게 되어서 돌아갈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으면서도 셋을 데리고 다니는 출근길이 얼마나 바쁠까 싶기도 하고 당장 내일 민서랑 서영이는 입학식에 결석해야 하는 돌봐 줄 사람이 없어서 참석하는 게 힘들어진 지금이 안타깝긴 하지만.
내년엔 익숙해져서 엄마 없이도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올 해만 그냥 넘기기로 하자.
앞으로 살다 보면 이것보다 더 힘들고 피치 못 할 일들이 많이 생기겠지만 그때마다 실망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파고 나갈 수 있도록 안타까워 말자. 이것보다 더 힘든 워킹맘도 많을 테니까...
생각보다 걱정되진 않고 긴장되진 않는다. 마치 짧은 봄 방학 뒤 개학하는 것처럼 덤덤하고 맘 편하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파이팅하고 큰 소리 한 번 내어주고 내일 아침에 씩씩하게 출근해 보자. 인생은 고민만 하기엔 너무 짧다. 행복하게 열심히 한 번 더 파이팅 해 보자.
엄마, 항상 그곳에서 지켜봐 주세요.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그때도 물론 나는 육아휴직을 할 것이다. 내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내 아이를 셋이나 낳은 일이고 그다음으로 후회하지 않는 일이 있다면 아이들을 위해 육아휴직을 5년 동안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삶에 있어서 후회하지 않는 잘 한 선택이었다. 아이들이 남달라서 소심하고 분리불안이 심해서 엄마를 떨어지지 못해서 내가 휴직을 선택하긴 했지만 어쩌면 아이들이 아닌 내가 더 떨어지지 못해서 한 선택이었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정말 잘 자랐고 부족함이 많았겠지만 그래도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들로 자란 것 같다. 내 커리어에 5년이 우리 집 경제적 사정에 5년이 비어버렸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는 시간과는 절대 바꿀 수 없는 귀한 선택이었다.
5년 동안 외벌이로 넉넉하게 지내진 못했지만 최대한 절약하고 공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하고 싶은 것들을 취사선택하며 살아가다 보니 경제적 여건이 힘든 것은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었다. 빚이나 대출 없이 남편 월급만 가지고 잘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아이들이 아직은 어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쫓기고 아이가 아파도 돌봐줄 수 없어 발 구르지 않고 그나마 내가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넉넉한 시간들로 아이들을 키웠다. 휴직은 내 인생에 있어서 잊히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엄마가 되더라도 이 시간은 변치 않으리라. 그만큼 값진 추억을 쌓은 내 행복했던 5년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