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네.

2018. 03. 08.

by 반윤희

같이 자자고 하는데 엄마 이거 다 안 하면 교장선생님한테 혼난다고 하니


교장선생님 미워!!!! 를 크게 외치고 엎드려 잠들었다. 미안하다. 학기 초가 바쁘긴 하지만 진짜 일이 많아서 교재연구 할 시간도 없다. 신청한 1-2학년군 교육과정 강의도 1강을 못 넘기고 있다.


오늘 한 일. 교과서 교육청 정산하고 도서실 계획서 기안올리고 도서관 활용수업 신청 공문 보내고 교실 안내판사진 찍어 출력 액자 끼우고 학습준비물 신청 파일 입력 보내고 그러고 집에 와 밥 먹고 설거지 씻기고 빨래 널고 앉아서 꼬마들 재워주지도 못하고 아홉 시 지나 안 자면 엄마 일한다고 나와서 도서도우미 어머니들 밴드 초대하고 임명장 수여식 안내 공지하고 진단평가 문제 만들고 도서 구매 기안 올리다 금액이 맞지 않아 몇 번 56권을 더하고 빼고 하다 스트레스 쌓여 에이스 두봉 까고 다시 맞춘 금액으로 도서구매 결재 올리고.


그러니 벌써 내일이 되었네.


일이 많아서 집에 오자마자 에너지 드링크 한 캔 깠다. 찬이 아비가 먹으라고 인터넷으로 한 박스 사다준 거 야금야금 까먹고 있다. 고카페인 음료라 내일의 에너지까지 끌어다 쓰는 음료. 오늘 힘이 나고 일이 잘 되나 내일이 피곤하단 단점. 그거 마셔 그런가 잠이 안 오네. 열두 시 지났는데.


문득 정신이 돌아오니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잘 못 챙겨줘서. 곧 삼월이 지나면 여유가 있을 것이다. 아가들아 미안해!!! 엄마도 바쁘단 핑계로 너희들까지 힘들게 바쁘게 하는 거 같구나. 내일 할 일 가득 적어두고 자야겠다.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그거 뭐라고 옆에서 같이 자 줄걸. 알람 맞춰놓고 혹시라도 잠들었으면 새벽에라도 일어나서 할걸. 같이 자고 싶다고 재워달라는데 바쁘다고 매몰차게 나왔을까.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줬어야 했는데. 빨리 일을 끝내고 싶어서, 일 두고 다른 일 못하는 내 성격 때문에 저렇게 식탁의자에 엎드려 잠들게 한 날이 있었구나.


앞으로 혼자 자라고 하지 않을게. 엄마가 필요할 때는 언제 든지 달려가줄게! 비록 일이 쌓여 밤을 지새우더라도 엄마를 기다리며 잠들게는 하지 말아야지. 또 한 번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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