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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희 Nov 21. 2023

오늘도

2018. 03. 15.

민찬이 작년 선생님이 올해 민서 담임이신데 간식을 주면 민서는 늘 먹지 않고 가방에 넣는단다. 왜 안 먹냐고 하면 항상 서영이 줄 거라고 한단다. 민서는 다람쥣과라 먹을 것이 생기면 바로 먹지 않는다. 모아두었다가 생각나면 하나씩 꺼내 먹는 타입. 선생님께선 오빠랑 동생 거 줄 테니까 그건 니 거야 네가 먹어~ 하고 방과 후에 서영이 거 다시 주신다. 화요일, 돌봄 교실 도서실 오는 날인데 창 밖에서 뭐 하나 봤더니만 가방에 꽁기꽁기 넣어둔 간식을 서영이에게 준다. 다람쥐 두 마리처럼 서영이는 좋다고 언니한테서 받아 넣는다.


요즘 언니가 없어 슬픈 서영이는 유치원 생활이 영 재미가 없다. 특히나 방과 후 시간에 언니랑 같이 놀던 서영이는 언니가 없어 이제 방과 후 가기가 싫단다. 어제는 드디어 엄마랑 있겠다고 징징 울어서 오후에 도서실로 데리고 왔다.


날씨가 더우니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하더니만 건성으로 그래그래~ 하고 일을 했더니 엄마는 보지도 않고 공부만 한다고 쫑알거리더니 어느새 잠이 들어있다. 미안함이 쓰나미다. 도서실에 바닥이 있어 다행이지.

미안하다 공주야. 그래도 이제 유치원에 적응해야지 언제까지 언니를 찾고 울고 있을 수는 없단다. 옆 반에 바로 엄마가 있어 다행이다 싶지만 자꾸 점심시간이 되면 뛰어와서 안기고 가고 다짐을 받고 가고.


오늘은 교육과정 설명회라 퇴근이 늦어 아빠가 데리러 올 텐데. 방과 후 선생님이 적응을 위해 데리고 계신다. 울지 않고 와야 할 텐데 이리저리 일하는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네.


얼른 우리 적응해 보자!! 아가!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감사한 직업을 가지게 되어 분리불안이 심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유년기를 잘 지냈던 것 같다. 조금은 힘들더라도 억지로 아이들을 떼 놓으려 하지 않고 그래도 옆에 있어줄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 덕분에 아이들이 덜 힘들게 자랄 수 있었다.


같이 학교를 다닌다는 것. 같은 직장에 있는 다는 것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 눈에 차별이라 보일까봐  특혜라고 보일까봐 정말 신경써서 일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도 아는 척 하지 않고 준비물을 챙겨주거나 편의를 봐주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소심하기도 했지만 복도에서 마주쳐도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는 아이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자기 실력이 뛰어나 상을 받을 때에도 혹시나 다른 오해를 받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철저하게 각자의 삶에 충실하면서  지난 시간을 살았다.


나도 나지만 너희들도 참 애썼다.

힘든 직장생활 속에서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항상 같이 해 준 너희들 덕분에. 오늘도 엄마는 열심히 일한다.


항상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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