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윤희 Jan 27. 2024

아직은 마흔넷

2021. 06. 15.

일호 이호와 키가 비슷하지고 너무 더워 머리카락을 다 묶어버리고 배낭가방을 들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더니 퇴근길 엘베에서 만난 떡볶이 배달하던 기사님이


수고하세요! 하면서 내리며 인사하니


어, 그래


하신다. 나이 마흔넷에 아직도 이런 착각을 받으니 이제는 재미가 있다. 하긴, 지난 숲 수업 때 모자까지 눌러쓰니 우리 반 숲샘이


우리 담임 샘은 너무 애기애기하시던데요~ 라고 하셨다는데


네, 선생님. 제가 선생님보다 6살 많은 애기랍니다.


나의 비즈니스적 1학년 모드 말투와 목소리에 속으셨어요!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예전에는 어려 보이는 게 싫었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니 사람들이 무시하기도 하고 막대하기도 해서 빨리 나이 들어 보이고 싶었다. 아이들 셋을 낳고도 어머님 댁 밥솥이 고장 나서 고치러 갔더니 학생인 줄 알았는데 며느리냐며 주인아저씨가 놀라시는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흰머리가 너무 많이 생겨서 자세히 보지 않아도 아줌마라는 것이 표시가 나지만 그래도 흰머리 없었을 때는 간혹 사람들이 내 나이처럼 보지 않아서 속상할 때가 있었다. 


이제는 제 나이대로 늙어가다 보니 조금이라도 덜 늙어 보이고 싶다. 내 나이로 보이는 것이 괜히 싫고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때 조금이라도 더 누렸어야 했는데. 아쉽다. 


이 담엔 말이야. 너의 젊음을 누려. 결혼 전에 많이 누리고 아기 낳기 전에 더 누리고 아이를 낳더라도 미백, 안티 에이징 팍팍 발라가면서! 너의 젊음을 누리고 가꾸기를 바라. 늙는 거 한 순간이더라.

매거진의 이전글 스승의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