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윤희 Mar 28. 2024

교포 교사

 직업의 세계에서 경쟁은 필수의 요소이듯 초등교사에게도 경쟁은 있습니다. 전문 장학사로 시험을 쳐서 노선을 순회하지 않는 한 교사의 삶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3번의 탈피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신규교사로 발령받아 초등교사로 살다가 승진을 꿈꾸며 연차가 쌓이고 점수가 쌓이면 교감이 됩니다. 그 후에는 교사의 제일 마지막 자리인 교장이 되지요. 하지만 이 과정이 나비의 변태과정처럼 순순히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나 열심히 내 인생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 오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오지 않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닌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을 포기한 교포입니다. 어디 해외에 살다 온 사람이 아니라 '교감 포기자'의 줄임말이지요. 교직 사회에서 이런 단계의 사람을 교포라고 부릅니다. 저 역시도 자의적 교포자입니다. 교직사회가 이렇게 힘든 곳인 줄 몰랐던 때에는 저도 꿈이 있었습니다. 작은 섬에 들어가 아이들과 하나하나 눈 맞추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그런 선생님을 동경했습니다. 그런데 교직사회에 들어와 보니 그 작은 섬에 들어가기란 하늘에 별따기였습니다. 그 섬은 수많은 연구와 노력을 통해 점수를 쌓아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섬을 우리는 벽지라 부르고 그곳에서 3년은 근무를 해야 승진을 위한 작은 계단이 하나 만들어집니다. 


 누구나 경쟁을 하고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삽니다.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을 하기 전 저도 교장으로 퇴임하는 정년을 꿈꿨습니다. 아이를 하나 낳고 그래도 내가 복직해서 출근할 곳이 좋았습니다. 아이를 둘 낳고 힘들긴 해도 그래 이번이 끝이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신의 선물, 셋째를 받음과 동시에 이 소중한 직장도 5년 동안 만나 볼 수 없는 남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직장으로 돌아왔을 때, 마음의 결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뭔가 해야 되지 않을까? 아니면 내 가정을 지키며 직장으로써 학교로 만족해야 하는가. 그 고민의 답을 찾는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는 자발적 교포가 되었습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어쩌면 비자발적인 선택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결정한 것이기에 자발적 교포라 하겠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확정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그렇게 어느 한 점의 여지도 없이 교포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승진을 하지 않는 교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싶으신 분들도 있으시겠지요? 어쩌면 화려한 자기변명의 일부로 들리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변명이라도 해 보고 싶은 마음에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긴 변명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