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도감

권정민, 웅진주니어

by 반윤희
32475584388.20230523102317.jpg




세상에 여러 가지 동식물 도감이 많지만 엄마 도감은 처음입니다. 책의 첫 페이지에 '엄마가 태어났습니다. 나와 함께'라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어쩌면 인류는 남자/여자/엄마로 분류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또 다른 하나의 인간 영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분명 어제까지 여자였는데 엄마가 되는 순간 여자가 아닌 독립된 또 다른 개체가 되는 것 같거든요. 아기가 태어나고 변화하는 엄마의 모습을 아기의 시선으로 분석해 놓은 책입니다. 아마 엄마가 되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엄마'라는 개체의 이야기입니다.


어쩌다 보니 저는 아이를 셋 낳았습니다.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아이가 없지요. 첫 아이를 낳고 처음 맞이하는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서툴고 모자란 것 투성이에 아기에 대한 모든 것들이 걱정 투성이었습니다. 내가 어디서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매 순간이 반성의 연속이었지요.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아서 울면서 지새운 밤들이 여러 날이었습니다. 열이 나면 어쩔 줄을 몰라 응급실에 바로 달려가 벌벌 떨었고요. 의사가 집에 가서 미지근한 물로 닦아주라고 쫓아 보낼 때면 내 새끼 잘못되면 어쩌나 해열 주사 한 대라도 달라고 사정하며 매달려 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응급실에 뭐 하러 가냐고 혀를 차던 친정언니가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셋 쯤 낳아보니 말입니다. 언니의 말뜻을 알겠더라고요. 열이 나면 해열제 먹이고 지켜보다가 날 밝으면 병원 가면 된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그때 벌벌 떨며 밤마다 병원을 쫓아다니는 제가 얼마나 연약해 보였을까요. 그러던 제가 셋째쯤 되니 아이의 증상을 보고 어디가 아픈지 대충 짐작되더라고요. 반쯤 돌파리 의사에 가까워졌습니다. 육아는 경험의 연속체가 맞더라고요.


대략 5년 이상 육아에만 올인하던 저도 무서운 순간은 있었습니다. 유난히 울음이 깊었던 둘째가 울다가 기절한 적이 있습니다. 첫째가 발 등에 책을 떨어뜨렸는데 그 충격이 너무 컸던지 울다가 그만 파랗게 질려 기절을 하고 말았습니다. 순간 패닉이 오더군요. 아무것도 못하고 '어떡해 어떡해' 하며 발만 동동 구르게 되더라고요. 번쩍 정신이 들어 119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아이가 눈을 떴습니다. 항상 울 때마다 숨 넘어가게 꺽꺽거리던 아이라 너무 아픈 나머지 호흡을 못하고 그만 기절을 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순간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면 부모는 절대 살 수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세상의 전부란 말이 맞았습니다.



한 번은 물놀이를 하다가 막둥이를 놓쳐 튜브 채로 뒤집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이를 보지 않았다면 잃을 수도 있었던 순간입니다. 그날의 기억은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아 기억 속 저 뒤편에 내동댕이 쳐 놓았습니다. 버릴 수만 있다면 땅 속 끝까지라도 묻어버리고 싶은 기억입니다. 되돌리고 싶지 않지만 가끔 아이에 대해 걱정이 드는 일이 있으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어린 자녀가 내 곁을 떠난다면 저는 뒤따라 갈 것 같아요. 부모는 항상 자식이 걱정이거든요. 내 곁을 떠나서 어느 곳이든 혼자 두는 건 상상하지 못할 일입니다. 바보 같다 하겠지만 아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따라갈 것 같아요.


아마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 몰랐던 세상을 엄마가 되고 알아가기에 바빴습니다. 그렇게 키운 아이들이 이제 저보다 키가 더 커졌습니다. 어느덧 우리 집 키번호 4번이 되었답니다. 막둥이가 아직은 저보다 작지만 곧 따라 잡히겠지요. 이렇게 아이들에게 따라 잡히는 그 순간순간이 너무 행복합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행복합니다. 엄마 정수리만 보인다고 놀릴 때에도 까치발을 들고 제 머리 위에서 까부는 것도 이렇게 즐거운 놀림이 있을까 싶습니다.


저는 엄마 도감의 마지막 페이지를 '엄마의 성장'이라고 쓰겠습니다.

20230629_183620.png

라고 우리 아이들이 생각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밥하고 설거지하는 저는 엄마입니다.




덧붙여,


세상에 예쁜 자식을 가지고 싶어도 가지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분들께 제 글이 슬픔으로 다가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엄마가 되어본 엄마부심으로 쓴 글은 절대 아닙니다. 언젠가 꼭 아기 천사를 만나셔서 이도감을 같이 써 내려갈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매거진의 이전글엄마 마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