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지 마세요'의 매력
쉬는 시간, 복도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몇몇 여학생들이 다급하게 뛰어와 말했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남자 애들이 문 열지 말라는데
열어보고 난리 났어요!
남자애들이 갑자기
여자 화장실에 들어왔어요!
아이, 변태 같아요!
무슨 일인가 달려가보니 남자화장실 안에, 수십 명의 남자아이들이 모여 웅성웅성 까불까불 난리가 났다. 1학년 남자 화장실 입구에 '문 열지 마세요'라고 붙은 문이 있는데 누군가 마침내, 기어이 그 문을 열어본 것이었다!
아!
누가 이런 어리석은 문구를 붙여놓은 것일까!
1학년한테 문을 열지 말라니!
제발 이 문을 열어주세요! 이 문 열면 만원 줌! 이 문 안 열면 멍청이... 등등의 문구보다 백배는 더 유혹적인 문 뒤 세상으로의 초대장이 아닌가! 입학식을 치르고 초등생이 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우리 1학년들이 이 문을 안 열고 배길 리가 없지.
그럼, 그 열지 말라는 문을 열면 뭐가 있을까?
교장실?(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니아왕국의 숲길? 호그와트 성안의 연찬회장? 백 년 동안 숨어있던 우리 학교 좀비?
별거 없다. 청소여사님의 전용 청소도구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여자화장실로 바로 연결된다. 그래서 여자화장실에도 '문 열지 마세요'가 붙은 똑같은 문이 있다.
오늘 아침, 1학년 남학생 중 한글 문장을 읽을 줄 아는 영리하고 대담한 누군가가 최초로 그 금단의 문을 열어젖힌 후, 1학년 전체 남학생 56명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쉬는 시간마다 튀어나와 한번 이상은 그 문을 열어보는 소동이 펼쳐졌다. 그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열 때마다 실망하면서도 아이들은 킥킥대며 계속 그 문을 열고 또 열었다. 선생님들의 어름장도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평소 이 문에 관심조차 없던 여학생들도 이 '문 열지 마세요' 문을 수시로 열고 화장실에서 남학생들과 만나게 되었다. 이제 그 문들은 너덜너덜해져서 하루 만에 '닫히지 않는 문'이 되고 말았다.
인간 고유의 본성을 역행하면 결국 이렇게 된다.
다시 3월이 되었고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1학년을 맡게 되었다. 1학년만 10년째다. 대머리 교감 선생님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단지, 매년 새롭고 어렵다. 매년 배우고 매년 깨닫는다. 대신, 매일 크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