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응모 후, ‘안 되면 내 가슴 찢어지겠지.’ 하며 며칠을 멜랑꼴리 하게 보냈더랬다. ‘아, 그 소재는 너무 정치편향적이었어.’,‘ 사진 화질이 너무 구렸던 거야, 아이폰 사야 되나?’, ‘연변에 대해 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나를 또 뽑아줄까?’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틀 후 작가 심사에 통과됐다는 메일을 받았다. ‘아오! 나도 이제 브런치 작가다!’를 외치며 천장에 닿을 만큼 세 번을 팔딱팔딱 뛰었다. 그리고 바로, 심사용으로 써 둔 글 4개를 야심 차게 발행했다. 귓가에 와! 하는 백만(?) 독자들의 환호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때만 해도.
<1일 차, 라이킷>
내 글에 ‘라이킷’ 한 두 개가 달리기 시작했다. 오! 내 글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누가 눌렀나 그들의 라이킷을 타고 그들의 브런치 글을 읽어보았다. 진부한 글도 있고, 와! 입이 딱 벌어지는 글도 있다. 멋진 사진작품을 곁들인 글, 손글씨로 써 내려간 시, 긴 글 읽을 필요 없이 한 컷 만화로 빵 터지는 작품도 있었다. 그 천차만별 다양한 생동감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브런치 알고리즘의 바다를 정신없이 헤매며 나도 성심성의껏 라이킷을 눌렀다. 내게 더 많은 라이킷으로 돌아오기를 은근 바라며... 이렇게 마이너들끼리 십시일반, 상부상조하는 구조인가?
<2일 차, 구독자 0명>
여전히, ‘구독자 0명, 댓글 0개’ 0명이니까 계속 0명인 것 같았다.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라서 계속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처럼.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지인 찬스를 좀 써야겠다 싶었다. 남편? 음... 브런치가 뭔지 설명하기가 더 어려워. 직장동료? 음... 친하지 않아. 친언니들? 음... 친하지 않아. 친구? 음... 한 명도 안 남았어. 결국 얼굴 못 본 지 3년 넘은 친동생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나 브런치에 글쓰기 시작했어. 구독자 0명이라 지금 지인 상대로 영업 중인데 구독하기 좀 눌러줘.’
<3일 차, 콜라보>
여전히, ‘구독자 0명’, 은둔형 예술가라 동생에게 연락이 닿으려면 최소 3일은 기다려야 한다.
작가의 서랍에 있는 ‘하늘소를 만났소’를 발행하려고 하는데, 꼭 바퀴벌레처럼 보이는 하늘소 사진이 마음에 걸린다. 이리저리 사진을 찾다가, 미술전공 딸에게 전화한다.
“손바닥 위에 있는 하늘소 좀 그려줘. 5만 원 줄게.”
“야, 구독하기도 눌러. 구독자 0명이라 쪽 팔린다야.”
전화기 너머로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엄마가 쓴 글에 전부 좋아요도 눌러. 알았지?”
<4일 차, 구독자 1명>
오! 드디어 구독자 1명! 딸이 5만 원을 받고 눌러준 것이다.
딸이 그려준 풋풋한 하늘소 그림을 곁들여 ‘하늘소를 만났소’도 발행했다. 예술가(?) 모녀의 정다운 콜라보 작품인 것 같아 더욱 뿌듯하다. 딸 작품이니 남편도 봐야 할 것 같아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도 전화한다. 브런치가 뭔지, 어쩌다가 브런치에 글 올리게 됐는지, 어디서 다운받아 어떻게 로그인하는지도 한참 설명한다. 좀 귀찮아하는 눈치다.
“야, 그런 거 왜 했니? 괜히 사생활 노출되게.”
잠시 후 전화가 온다. “카카오 계정 까먹어서 로그인이 안 된다.”
또 전화, “근데 이천우가 누구야?”
“내 필명이야. ‘하늘소’ 안 읽었어? 그거 읽었으면 천우가 뭔지 알 텐데?”
“아, 이제 읽으려고.”
“뭐야, 자기 너무 한다. 20년 넘게 같이 산 남편도 안 읽어주는 글을 남이 읽어주겠냐고? 진짜 섭섭하네. 얼른 구독하기 눌러.”
‘님 브런치 글 읽어보는데 문체가 대게 50~60 먹은 아저씨 같다. 그걸 의도한 거면 대성공!’
‘헐 망했다, 훈화체, 직업병 때문에 그렇게 된 듯’
‘대부분 핸드폰으로 훌훌 넘기면서 보니까 문장을 짧게 짧게 끊어 쓰라더만’
결국 훈훈한 격려의 마무리, ‘잘하고 있음. 자기 페이스대로 꾸준히만 해 나가면 됨’ 그래서 구독자 3명!
브런치가 자꾸 내게 묻는다.
What you’ve got? 당신은 무엇을 가졌나요?
크리에이터, 퍼스널 브랜딩, 메인 노출, 인기글 랭크, 수익화 구조, N 잡러,카카오뷰 큐레이션, 브런치 매거진 등등 생소한 말들에 머리가 어지럽고 막 조급증이 인다. 구독자수 몇 백에 어마어마하게 잘 쓰는 사람들을 보니, 내 어정쩡한 글이 무슨 의미가 있나, 기도 팍 죽는다. 그동안 내가 품었던 글쓰기의 꿈이 너무 순진했구나, 또 그동안 너무 게을렀구나 싶기도 하다. 게다가 뉴욕살이도 아니고 요즘 같은 중국 혐오 시국에 연변살이라니, 누가 클릭이나 할까도 싶다.
다시, 브런치가 내게 묻는다.
What you’ve got? 당신은 무엇을 가졌나요?
아, 나는 무얼 가졌을까? 무엇을 가지고 이곳에 들어온 걸까? 나만을 위한 글이라면 일기에 쓰면 된다. 일단 브런치에 쓰기로 했다면 지인 찬스는 그만 쓰고 나만의 우물을 빠져나와 타인이읽을 만한 내용과 수준의 글을 써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돈을 위해 쓰는 글이 아니므로 내가 쓰고 싶은 글,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기도 해야 한다. 아, 브런치 작가가 이렇게 골치 아픈 거였단 말인가. 일단은 브런치 선배들의 조언대로, ‘아마추어 작가들의 글놀이터(작은나무)’, 이곳에서 꾸준히 쓰면서 놀면서 생각해볼란다. 어느덧 브런치 작가 입문 6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