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은 옷깃이 젖어도 좋다.
더러는 높은 습도와 젖은 소매를 걱정하지만
나에겐 창밖으로 비 내리는 장면이
어린 시절 소풍날 찍은 사진처럼 알알히 박힌다.
비 오는 날이면 지나온 시간들은 비를 타고 내린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빗줄기와
마음을 씻어내리는 소리들
사진 속에서 그들은 늘 웃고 있다.
아기 엄마가 된 그녀와
우산 속 함께 걷던 그 길,
이별 후 청첩장을 보내주었던 그의 목소리까지도
모든 비 오는 날들이 비를 타고 쏟아져 내린다.
어디서든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 비 오는 날의 기억을 선물해주었듯이
비가 오면 그들도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내기를.
오늘도 비와 함께 우리의 시간들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