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비를 타고 내리는 시간

by 야간비행


비 오는 날 옷깃이 젖어도 좋다.

더러는 높은 습도와 젖은 소매를 걱정하지만

나에겐 창밖으로 비 내리는 장면이

어린 시절 소풍날 찍은 사진처럼 알알히 박힌다.


비 오는 날이면 지나온 시간들은 비를 타고 내린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빗줄기와

마음을 씻어내리는 소리들

사진 속에서 그들은 늘 웃고 있다.


아기 엄마가 된 그녀와

우산 속 함께 걷던 그 길,

이별 후 청첩장을 보내주었던 그의 목소리까지도

모든 비 오는 날들이 비를 타고 쏟아져 내린다.


어디서든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 비 오는 날의 기억을 선물해주었듯이

비가 오면 그들도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내기를.

오늘도 비와 함께 우리의 시간들이 내린다.


이전 07화은하수를 찾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