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가게 개업 선물로 많은 화분이 들어왔다. 그중 하나를 골라 봉오리 진 카라 꽃 화분을 가져왔다. 누군가의 '축개업' 글이 적힌 종이를 떼어내고 벌어진 잎사귀들을 한데 묶어 주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세 개의 꽃봉오리는 맑은 흰꽃을 터뜨려 주었고 기분 좋은 향기도 함께 내어 주었다.
한 달이 지나자 꽃은 거뭇하게 시들고 잎사귀 몇 개도 노랗게 시들었다.
그렇게 꽃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흐른다. 꽃 한 송이 피우고 지는 데에도 시간이 든다. 그저 물을 주고
잎을 솎아 내는 일을 하였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는 것을
꽃을 보며 안다.
기온이 떨어지는 날은 보일러를 켜 놓고 집을 나선다. 또 한 번의 꽃을 피우려면 온기가 든다.
바닥에 흩날리는 꽃가루에 마음이 말랑해진다. 꽃은 늘 앞으로의 봉오리를 기대하게 한다. 꽃과 함께 피우고 지는 시간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