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듣는 것'이다

by 인생연극 가이드

앞서 연기는 내 것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듣는 것’이라고 얘기한바 있다.

잔뜩 내가 슬플 때는 이렇게 해야지 눈에 주름은지지 않게 예쁘게 표정지어야지 감정은 이렇게 넣어야지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연기하는 것은 가짜연기이다.

연기는 ‘상황과 나‘ 그 현실만 있는 것 이다. 상상을 해보자. 나와 친구가 언쟁이 벌어지고 있는 장면이다. 나는 그 친구의 미세한 바디랭귀지도 눈에 거슬려 반응하게 된다. 내 감정이 그 친구의 목소리, 톤, 내뱉는 말들에 온통 집중되어 반응하게 된다.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 그 친구가 그동안 자신이 기르던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가서 주체가 안된다고 얘기하며 엉엉 운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또다시 그 친구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며 같이 엉엉 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에 내가 반응하는 것이 연기이다. 그러나 초보 연기자들은 무대에 올라가면 온통 자신의 연기에 집중이 되어 힘이 잔뜩 들어간 연기를 하고 자신의 연기에 집중하려 한다.

물론 연기자는 인물에 대해 분석을 해야 한다. 캐릭터분석은 내면, 외면, 인물 관계 등 꼼꼼한 작업을 해서 구축해야 하지만 그건 초반작업에서 인물을 구축할 때 얘기이다. 연기상황이 벌어지면 상황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초보 연기자 말고 기존의 연기자중에도 힘이 잔뜩 들어간 연기를 하여 고뇌하는 배우들이 많다. 자연스럽지 않고 뭔가 부자연스런 연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연기에 대해 많이들 고민하는 시간들이 있다. 그래서 배우들이 긴 호흡으로 연기훈련을 하기 위하여 연극연기에 도전하기도 한다.


여기서 잠깐 영화연기와 연극연기의 차이점을 살짝 언급하면 영화연기나 미디어의 연기는 카메라의 편집기술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장면별로 씬(scene) 별로 끊어가는 연기를 한다. 심하게는 마지막 씬을 첫날 찍기도 한다. 남녀가 만나자마자 감정이 생기기도 전에 키스씬을 찍기도 한다. 이렇듯 끊어 가는 연기는 감정의 흐름을 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인 연기를 할 수 밖에 없기에 감정의 흐름을 잘하든 못하든 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연기자는 훨씬 감정훈련이 되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미디어에서는 인공눈물을 넣는다 라는 얘기가 연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이렇듯 상황에 몰입하게 되면 나라는 연기자는 살인자, 성직자, 선생님, 하다못해 천사나 악마가 되기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겠는가?

세상의 온갖 걱정과 근심을 잊고 그 상황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명상이나 몰입의 경지에 달하는 사람들 얘기라고 느껴지지만 연기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현실의 나를 부정하고 싶을 때 연기를 하며 잠시 잊을 수 있다는 것의 희열을 느끼곤 한다. 물론 현실로 돌아와 다시 나로 돌아오면 또 다시 걱정과 근심이 있지만 그 시간만큼은 몰입의 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몰입의 순간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 누구는 글쓰기일 수도, 공부, 요리, 등산, 예술을 감상하는 시간일 수 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의 주체자는 본인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시간조차도 다른 사람의 시선과 개입이 들어간다면 뭔가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이다. 예술 감상도 마찬가지다. 나의 시선!

나의 시선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내가 좋으면 좋은 것이고, 내가 별로면 별로인 것이다. 사회적인 정답이나 전문가의 시선이 중요한 것이 아닌 나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가 예술과 연기를 바라보는 공통분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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