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과 초보자를 위한 연기 바라보기
과연 ‘연기’란 무엇인가? 서점에 가보면 연기술에 대한 책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연극영화과 독백 기술, 메소드 연기술등 전공을 원하거나 전문적인 기술을 익히고자 하는 책 이외에 가볍게 연기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연기술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연기에 대해 일반인들은 정의내리기 조차 애매하다. 그저 저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 아닌 것 같다 정도를 가늠할 뿐 어떤 맥락을 잡기가 힘들다.
앞서 나는 예술은 (연기도 배우가 하는 예술분야임에 틀림없기에) 바라보는 자의 몫이다 라고 정의한바 있다. 어떤 연기자가 나에게 울림이 있는가? 연기라는 예술을 바라보는 자의 마음이 가장 기준이 되어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연기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과 배경을 아는 것이 연기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근거도 되기에 나의 전문 분야를 조금 소개해 보고자 한다.
연기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마다 유행과 기술이 존재함도 분명하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연기술과 사실주의 연기술은 분명히 다르다. 엄격한 일본의 연극‘노’와 ‘가부키’에서는
그들만의 연기술과 춤을 계승한다. 우리나라도 무성시대 과장된 연기술, 사실주의 연극이 들어와 메소도 연기술이 한참 성행을 이루던 이전시대와 오늘날 현재 연기술은 조금씩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실주의 연기를 추구하던 메소드 연기술을 배우기 위해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는 배우들이 유행인 시대를 지나 현재는 메소드 연기와 자신만의 개성을 겸비한 연기가 각광을 받고 있다.
‘연기’란 무엇인가로 돌아가서 연기는 흔히 생각하는 무엇을 갖추고 장착하는 기술이 아닌 빼는 기술이다. 오롯이 배우가 이런저런 생각들 연기는 이런 것 일 것이다. 오늘은 무엇을 좀 더 해야지 하는 생각, 지인 누구누구가 저기 앉아있구나, 객석에 관객들 호응이 오늘은 적구나 등등 그 모든 상황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진 상태!
상황과 인물(나)이 몰입의 상황에 들어가 현재를 연기하는 것이다. 뇌는 하나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기에 몰입 아니면 다른 생각 중 둘 중 하나만 존재한다. 몰입과 다른 생각이 같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몰입의 순간이 배우조차도 매번 매 공연 마다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몰입이 안 되고 자꾸 딴생각이 나는 날도 흔히 있다. 그러나 몰입의 순간이 찾아오면 배우와 캐릭터는 하나가 되고 상황은 현재가 된다.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살인자가 되기도 하고, 환자가 되기도 한다. 그때 그 시간만은 그 사람이 된다. 배우는 몰입의 장면이 끝나고 연기에 대한 희열을 느끼고 몰입을 스스로 깨닫는다. 아마도 그 시간 그 연기가 관객에게 전달될 때 연기는 최고조에 달하리라.
우리가 아무리 연기를 몰라도 너무 힘이 들어간 연기와 어색한 연기를 공감할 수 없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 일 것이다.
다시 말해 연기는 더하는 것이 아닌 빼는 것! 이것을 잊지 말고 작품을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연기를 하며 인간이 이런 몰입의 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느끼며 살았다. 인간은 몰입이 아닌 시간에 세상 모든 잡다한 생각들에 파묻혀 살아가고 슬픔, 걱정,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몰입의 순간만 지속된다면 나는 너무도 행복할 거 같다. 살아 있는 한 그럴 수만은 없는 것이 인간이지만...
물론 사람마다 몰입의 순간은 다르다. 누군가에게 몰입의 순간은 독서가 될 수도, 골프가 될 수도, 설거지가 될 수도 있다. 세상살이 힘든 사람들에게 몰입의 순간을 늘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의 몰입의 순간은 언제인가?
그리고 학생들에게 연기를 지도할 때 내가 가장 많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내 제자들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을 것이다.
“들어, 귀를 열고 들어” 혼자 연기하지 말고 들어야 다음 연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힘을 잔뜩 주고 다음 연기는 이렇게 해야지 백날 생각해도 그건 혼자 힘들어간 헛스윙에 가깝다.
다음 번 글에서는 ‘듣는다는 것’에 대한 연기술에 대해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