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괴식 : 사이다 샐러드
자주 만나는 친구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아직 눈 소식이 빈번한 나날인데 그랬다. 친구는 다가올 봄에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나는 친구의 다짐을 축하해주기로 했다. 그래 하필이면 연초고 월요일이라 다짐하기에 좋은 때지. 그래서 오늘의 점심은 샐러드라고? 그리고 나 또한 그렇다고?
함께 손을 잡고 들어간 샐러드 집. 잘 나열된 초록색뿐인 음식 속에서 메뉴를 고르고 나란히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 하나를 결심하면 자신을 곧잘 달래고 타이를 줄 아는 친구임을 아는데 이번에는 꽤나 독했다. 친구가 무심히 섞는 샐러드에서 소스 특유의 단내가 하나 나지 않는 것이다.
샐러드에 소스 안 뿌렸어? 너 대단하다. 나의 말에 친구는 답 않고 샐러드를 두 입 떠먹었다. 한참 샐러드에 집중하던 시간이 지나고 얼마간 남은 풀을 보며 친구가 말했다. 실은 키오스크에서 주문할 때 까먹었어. 벌써 반이나 비운 친구의 샐러드 볼을 보며 끄덕였다. 응 참 대단하다.
고백할 땐 으레 무엇이든 그 너머의 것들이 잘 엮이고 잘 메어 붙어 나온다. 아마 진실한 김에 지금에서야 말할 것들이 있으리라. 따라서 친구는 조금 전부터 주저했다고 고백했다. 실은 아까 소스 없는 거 알고, 이 사이다 넣고 싶었어. 친구는 샐러드와 함께 주문한 제로 사이다를 보여주었다. 어… 이젠 더는 미간을 구기는 일을 미룰 순 없었다.
생각보다 맛있다는 친구의 설득을 못 이긴 척 끄덕였다. 나의 샐러드볼도 아니었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는 혹시 함께 샐러드를 먹어주는 내가 자신의 행동으로 입맛을 잃을까 봐 망설였다고 했다.
나의 승낙 아닌 승낙에 마침내 부어버린 사이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슬쩍 포크를 들어 그것을 먹어보았다.
음? 생각보다 맛있다.
집으로 돌아와 얼른 그때 먹었던 맛을 떠올리며 나만의 방법으로 제조하기를 시작한다.
1. 온갖 샐러드용 야채를 믹싱볼에 넣는다. 야채는 원하는 양만큼 투하한다.
2. 야채 위에 소금(생각보다 꽤 많이, 약 세 꼬집 정도), 후추를 사정없이 넣는다. 그리고 올리브유를 약 4숟가락, 간 마늘(1/3 숟가락) 정도 넣는다. (실은 올리브유를 더 많이 넣어도 상관 없다. 기호에 따라 가자.)
3. 샐러드용 고명들을 원하는 대로 올린다. (나의 경우 집에 있는 냉장고의 사정에 맞춰 넣었다. 블랙올리브, 메추리알, 닭가슴살 소시지, 오트밀 두 숟갈 정도 넣었다.)
4. 파마산 치즈 가루를 원하는 양만큼 넣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망의 사이다를 샐러드 소스 뿌리듯 얼마간 가볍게 훑듯이 넣는다.
때론 부어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다른 방법이 없을 때 보다 더 과감하게 나아가는 편도 좋다. 풀뿐인 샐러드에 뿌린 사이다의 단맛은 잘 무친 고깃집의 상추 무침을 떠올리게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묻자 친구는 어깨를 으쓱였다. 단맛은 여느 소스에 다 있는 것이니 무엇이든 상관없지 않을까.
친구의 말에 가만 고개를 끄덕여본다. 이따금 그것만이어야 할 때, 꼭 그 사람이어야 할 때가 있지 않았나. 하지만 그 고착과 집착이 질척하고 무거운 것이란 걸 늦게서야 알지 않았나. 반드시 그 무언가이지 않더라도 찾던 단맛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부어버리는 용기도 필요하다.
여전히 바람은 매섭고 코끝이 시린 나날 중, 운동하러 집을 나섰다는 친구의 연락을 보며 생각한다. 응 부어버리는 것도 방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