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하게 병치레하기_브로콜리 국

by 온난한

푹 익은 브로콜리. 야채 특유의 쓴 맛이 가셔 정도에 맞은 단맛만이 남는다. 보드라운 그것은 씹기도 전에 입안에서 사라져 버린다. 뭉근히 오래 끓어내어야 더 맛있는 국.


분명 건강하고 튼튼한 나였다. 하지만 자꾸 이고 가야할 것들이 생긴다. 자취방 보일러실에 쌓아둔 그것들처럼 손을 쓸 틈 없이 늘어나는 짐은 이따금 필연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불필요한 지병들이 자꾸 나의 발목을 붙들어 온다.


커가며 조용한 어른이란 껍데기를 뒤집어 썼지만 나의 본 알멩이는 그렇다. 아직 걷지 못해 엄마의 품이 필요할 때였다. 승용차 안, 아빠의 급브레이크에 차 앞유리에 콩 머리를 부딪혔다. 하지만 충격에 눈물을 흘린 대상은 작디 작은 머리를 부딪힌 아이가 아닌 쩌저적 금이 간 차의 앞유리에 전면을 교체한 아빠였다.

(이따금 식구들과 이 이야기가 나오면 유리의 공기층을 정확히 가격한 건 아닐까 입을 모은다.)


이제 걷기 시작했을 땐 제 키보다 큰 대형견을 겁도 없이 발로 뻥 찼으며, 뛰어다니기 시작할 땐 겁도 없이 높은 곳에 올라가곤 해 무릎에 상처가 나을 날이 꼽았다.


나의 겁없던 성경은 무디고 무던한 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크게 다쳐도 금방 나아버렸던 건강한 몸 덕분이었을 테다.


하지만 언제부터일까. 환절기마다 지독한 독감에 쩔쩔매고 이젠 고질적인 피부염에 고생이다. 잘 먹고 잘 자기만 하면 금세 무탈했던 내가 면역력 젬병이라니!


다시 늘어난 식후 알약에 씩씩거리며 물을 올린다. 브로콜리가 그렇게 몸의 염증을 잘 빼준다나 뭐라나.


1. 냄비에 약 400ml 물을 붓고 육수용 멸치 3-4개를 넣어 끓인다.


2. 4분 정도 끓인 뒤 멸치를 건져 데친 브로콜리를 넣는다. 그후 참치액 3숟가락, 국간장 1순가락 넣어 간을 한다. 약 5-10분 정도 더 끓인다.


3. 달걀 2개를 앞접시에 푼 후 소금 두 꼬집 넣는다. 푼 달걀을 국에 둥글게 넣어 풀어준다. 후추를 취향껏 넣는다.


끓이면 끓일수록 물컹해지는 브로콜리를 입 안에서 굴리면 굴릴수록 고소하다. 브로콜리가 가진 특유의 쓴맛이 다 가셨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엄마는 이 국을 아채를 조금이라도 먹이기 위해 끓여주셨다. 커서도 이 국을 스스로 찾을 줄은 몰랐는데…….


밥 그릇을 비운 후 익숙하게 알약을 삼키며 생각한다. 이제는 건강도 생활도 지킬 게 많아졌지만 아직 피 흘리는 무릎으로 씩씩하게 일어섰던 알멩이는 어디 가지 않았다고. 이번에도 씩씩하게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