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치과. 마냥 반가워하기엔 너무 하얀 마스크를 쓴 담당 치과 선생님이 맞아주셨다. 나의 이 여기저기를 살피던 선생님은 이번에 혹사할 치아들을 선택했다. 선생님의 지시에 나타난 치위생사님께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 살살 잘 부탁드립니다….
역시 어림없었다. 미소로 보낸 시그널은 전해지기에 미미할 따름이었다.
그렇다. 작년 9월에 교정을 시작했다. 용기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함부로 가질 수 있다. 교정에 대한 노고와 고통에 대해 전무했던 난 꽤나 씩씩하게 치과 문을 열어젖혔더랬다.
치열이 엉망이었던 만큼 지금의 내 치아는 꽤 가지런해졌다. 하면 할수록 교정이란 참 과학적이면서도 원시적이다. 치아를 모으는 원리는 간단하다. 힘이다.
억지로 압박을 가해 치아를 원하는 위치로 가게끔 한다. 그만큼 아프기도 한데 거진 6개월이나 지난 지금, 나를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튀어나온 교정기에 찍히는 왼쪽 볼이다. 매번 조일 때마다 왜 그렇게 입병이 나는지.
누군가 배달을 시켰는지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마라탕 냄새가 날 더 화나게 한다. 입안의 철사를 조인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언가를 씹기 어려운 나에게 이런 시련은 가혹하기만 하다.
하지만 나에겐 다행스럽게도 나만의 괴식이 있다.
(마라어쩔) 고추기름오트밀죽
1. 깨지지 않을 면기(나무 면기)에 다진 마늘 크게 한 숟갈, 썬 파, 고춧가루 두 숟갈, 굴 소스 한 숟갈, 간장 한 숟갈, 통깨를 넣는다.
2. 사기 그릇에 오트밀를 넣고 물을 오트밀이 자작하게 잠길 정도로 넣는다. 전자레인지에 오트밀을 돌린다.
냄비에 식용유(나 같은 경우 카놀라유를 사용했다)를 한 컵 정도 달군다.
3. 면기에 끓는 기름을 넣고 섞다가 데워놓은 오트밀을 넣는다.
조금씩 시간을 들여 힘을 가하며 가지런해지는 치아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진작에 할 걸 그랬나. 시간과 노력의 힘을 증명하는 나의 치아를 보며 반성한다.
나를 좀 먹는 나쁜 버릇들. 이를테면 섣부른 죄책감과 책임감, 함부로 나를 타박하거나 업신여기던 버릇들도 힘을 들이고 시간이 지나면 가지런해지지 않을까. 설령 입병이 날지라도 말이다.
함부로 치과 문을 열어젖혔던 것처럼 이번에도 무작정 시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