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와의 전투 그 끝에는 꿀꿀이죽

오늘의 괴식 : 치즈깻잎꿀꿀이죽

by 온난한

형제를 가진 이들은 모두 공감할 테다. 얼마나 치열한 어린 시절을 보내왔는지. 나에게는 고무 칼과 비비탄 총으로 매일 각개전투를 벌였던 남자 형제가 있다. 그때 우리는 하나 남은 스팸 한 조각에도 서로의 숟가락을 들고 맹렬하게 싸웠다. 덕분에 엄마의 하루는 바람 잘 날 없이 사고로 시작해 사건으로 끝나는 매일이었다고 했다.


리자몽이 그려진 포켓몬스터 딱지, 움직일 때마다 반짝이는 유리구슬, 레어한 유희왕 카드. 서로가 가진 것을 곧잘 탐내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그땐 크고 대단해 보였다.


때문에 매일 으르렁거리는 우리 남매였는데 그런 우리에게도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었더랬다.

그날도 아마 육탄전을 벌였을 테다. 싸움이라는 게 그렇듯 작고 사소한 갈등에서 결국엔 크고 대단하게 부딪혔을 것이다. 10대 어린이들의 싸움을 얕잡아 보면 안 된다. 어느 곳에 사로잡히면 무모할 정도로 자신을 잘 내던질 수 있는 나이니까.


서로를 멍들고 할퀴는 새끼 짐승들의 다툼을 말린 건 엄마의 회초리였다. 우리는 내복 차림으로 현관 앞으로 내쫓겼다.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기억은 흐릿하지만 그날 시린 손을 싹싹 빌며 현관 앞에서 무릎 꿇고 있던 우리의 모습은 분명하다.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진 우리에게 공평히 주어진 것은 다름 아닌 엄마 수제표 꿀꿀이죽. 그렇게 서로를 죽일 듯이 싸웠던 남매는 후후 서로의 꿀꿀이죽을 퍼내며 암묵적 화해를 이루어냈다.


(극적인 화해 기념) 치즈깻잎꿀꿀이죽

1. 감자를 손톱 크기만큼 채 썰어 낸다. 김치도 일정 양만큼 조각내어 참기름에 함께 약 3~4분 볶는다.

2. 볶은 기름에 진간장 3 숟갈 넣는다. 간장을 볶는 느낌으로 젓다가 물을 붓는다.

3. 물이 끓기 시작하면 밥 2 공기를 넣는다. 죽이 되도록 휘젓다가 점성이 생길 때에 들깨가루를 4 숟갈을 넣고 얇게 채 썬 깻잎 5장을 넣는다.

4. 그릇에 옮겨 담고 그 위에 슬라이스 치즈를 올리고 들기름을 반 숟갈 두른다.


나이가 들어도 성숙하기 위해선 얼마나 더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지. 실은 우리 남매는 아직도 이따금 다툰다. 어릴 때만큼이나 치열하진 않지만 말이다. 오래간만에 찾은 본가에서 사소한 말다툼으로 집안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 순간에 비장의 무기처럼 꺼내든 이 꿀꿀이죽. 역시 싸워도 배는 든든해야 한다. 누그러진 마음은 포용할 기회를 가져다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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