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과 매너
나이 탓인지 밖에 나가면 공중화장실부터 찾는 게 일상이 되었다.
백화점, 영화관, 도서관,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는 늘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이 있다.
이 얼마나 좋은가.
우리나라 공중화장실은 정말 잘 되어 있다.
가장 더럽다고 생각하는 변기와 가장 깨끗할 것 같은 물건과의 세균수를 측정해 비교하는 방송에서
늘 변기가 더 깨끗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미화원 분들이 얼마나 깨끗이 잘 관리해 주시는지 감사할 일이다.
큰 볼일은 대부분 집에서 보지만 작은 볼일은 시시때때로 찾아와 공중화장실을 찾게 된다.
하지만 막상 화장실 문 앞에 서면 두렵다.
닫혀있는 문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는데 바로 변기 뚜껑이다.
위생상 만지고 싶지도 열고 싶지도 않다.
텅 빈 화장실에서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자취를 발견하게 될까 봐 겁난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화장실 문을 빼꼼히 들여다보고 뚜껑이 닫혀있으면 다음칸으로, 다음칸으로 간다.
큰 볼일을 보고 화장실에서 물을 내릴 때는 위생상 꼭 뚜껑을 덮고 내리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뚜껑을 열고 물을 내린다. 혹시라도 내 것(?)이 변기 안에 남아 있거나 자국을 만들어 낼까 봐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위생보다 매너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어차피 공공화장실을 이용하기 전에 여자들은 변기를 한 번씩 닦아서 사용하지 않는가.
무책임하게 뚜껑을 '탁' 내리고 물만 내리면 다 끝났을 거라고 생각되는 볼일은 물을 내리고 나서도 남아있기도 한다. 수압이 낮은 화장실이거나 잘 막히는 변기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난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보는 옛날 좌변기를 선호한다.
지하철역도 가끔 옛날 좌변기 화장실이 따로 있는 곳도 있어서 감사하기까지 하다.
물에 튈 염려도 없고,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물론 장시간의 큰 볼일은 약간 다리가 저릴 수도 있음)
더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건데 뭐 어떠랴. 내가 내 몸에서 만들어낸 건데.
큰 볼일이든 작은 볼일이든 몸 밖으로 나온 그 녀석을 건강한지 눈으로 확인하고 깔끔하게 잘 보내주자.
다음에 사용할 사람들과 수고하시는 미화원분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