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식당의 메뉴는 빌런입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단순했어요. 딱 잘라 말하자면, 또라이를 고발하고 싶었거든요.
한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출근길이 괴로울 만큼,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질 만큼, 회사 사람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컸죠. 가스라이팅에 시달리다 결국 원형탈모까지 생긴 시절도 있었어요.
직장생활 N년차, 이제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의 절반은 늘 사내 빌런 욕으로 채워져요.
“회사 사람 얘기 말고는 할 게 없냐?”는 말도 듣지만, 하루 중 9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잖아요. 회사 얘기를 안 하는 게 더 이상한 걸지도 모르죠.
그러다 어느 순간, 제가 심리학 전공생이라는 사실이 (다시) 떠올랐어요. 수년 간 쌓아온 빌런 데이터 덕분인지, 친구들이 힘들다고 털어놓을 때 제 위로가 제법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죠.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저도 제 과거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시절의 빌런들이 조금은 이해되기도 했어요. 많이 성장했구나 싶으면서도, 여전히 예전의 상처에 움츠러드는 저를 보며… 이젠 나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였을까요. 빌런이 패턴화되기 시작했어요.
‘꼰대형’, ‘자존감 도둑형’, ‘가스라이터형’, ‘개인주의형’, ‘앞뒤다른형’ '방어형' 등등.
이 빌런들을 분류하고 분석하다 보면, 혼자만 당하는 게 아니라는 묘한 위안도 생기더라고요.
공감하고, 웃고,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고 가벼워지는 느낌이요.
저는 회사에서 점심 약속이 많기로 꽤 유명한 편이에요. 두 달 치 스케줄이 꽉 찰 정도로요.
사람들과 밥을 먹다 보니, 다양한 빌런 사례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이걸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기록해보자.”
내 얘기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빌런 생존기’를 나누고, 그 속에서 서로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어요. 물론 이 글이 직장생활 마스터 클래스를 제공하진 못해요.
하지만, 잠깐 들러서 피식 웃고, “맞아, 저런 사람 있어” 공감하고, 조금은 가벼워져서 돌아가셨으면 해요.
앞으로 이 ‘사내빌런식당’에서는,
✔️ 점심시간에 만난 사람들
✔️ 그들과 나눈 대화 : ‘빌런’ 이야기
를 그날의 점심 메뉴와 함께 기록하려고 해요.
제가 직접 겪었던 황당한 점심 에피소드도 있고, 두 달치 점심 약속을 채우며 주워들은 친구, 선배, 후배들의 기가 막힌 사연도 있어요.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허탈하게—
가볍게 읽히지만 마음엔 오래 남는 ‘직장인의 심리 일기’ 같은 글이 되었으면 해요.
식당은 이제 막 문을 열었고, 이야기들은 끓고 있어요.
어서 오세요. 여긴, 사내빌런식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