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못 쓴다더니, 브런치 작가 됐습니다만?"
점심시간, 익숙한 자리에 앉자마자 A가 물었다.
“근데 너… 진짜 글쓰기 수업 듣는 거야?”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냥, 좀 써야 할 일이 있어서…”
사실 글쓰기 수업을 신청하게 된 데는 아주 명확한 이유가 있다.
3년 전, 내가 조심스레 꺼낸 한마디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내가 있던 팀은 3~5년에 한 번씩 순환 발령이 나는 구조였고, 나는 이미 만 5년을 꽉 채웠다. 대부분의 업무를 다 경험했고, 더 이상 배울 게 없던 시점에서 커리어의 확장을 위해 발령을 희망했다. 그 팀에는 꼭 함께 일해보고 싶던 선배도 있었고, 때마침 TO도 났다.
그래서 신중하게 팀장에게 발령 요청을 드렸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그 팀 가면 글 쓸 일 많을 텐데,
ㅇㅇ씨는 글 못 쓰잖아. 수영 다닐 시간에 글쓰기 수업을 받던지.”
그건 충고가 아니었다. 능력이 안 된다는 식으로 요청을 밀어낸 말이었다. 솔직히 “지금은 팀이 너무 바빠서 어렵다”만 했어도 이해했을 텐데, 왜 굳이 사람 자존감을 찍어눌러가며 말했을까.
사실 이 팀장이 나를 다른 팀에 보내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내가 신입이었을 때였다. 행사 준비 중, 선임이 만든 제작물의 지출결의만 내가 진행하면 됐다. 선임이 전달준 시안을 그대로 첨부해서 결재를 올렸다. (그건 팀장이 직접 검토하고 결재까지 마친 파일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건강검진으로 자리를 비운 날 팀장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제작물이 왜 이따위로 온건지 당장 설명해”
지출결의만 진행한 나는 상황을 몰라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고, 다음날 선임과 함께 호출되었다. 그 자리에서 팀장은 선임에게 말했다.
“네가 이 팀에 있는 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방해가 돼."
"어느 팀에 가고 싶은지 말해. 보내줄테니.”
그 말은 발령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넌 쓸모 없다”는 말이었다. 그 자리에 나를 앉힌 이유도 분명했다. 선임만을 향한 말이 아니라, 나에게도 하는 경고였다.
그땐 그렇게 다른 팀으로 날 보내고 싶어 안달이더니, 이제 와선 내가 실적을 잘 내고 팀에 필요해지니까, 말을 바꿔가며 가스라이팅을 하기 시작한 거였다. 차라리 내가 팀에 필요한 존재라고, 조금만 더 남아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하셨다면 기분 좋게 남았을 텐데. 결국 나는 처음 발령을 요청한 지 1년이 지나서야 겨우 원하는 팀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내가 바라던 프로젝트는 끝난 후였고, 같이 일하고 싶었던 동료도 퇴사한 뒤였다.
그 팀장은 단체 메시지방에서 뒷담화도 일삼았다. 어느 날, 선임이 휴대폰 화면을 넘기다 실수로 그 방의 일부 내용을 보여줬고, 나는 그 대화에서 이런 말을 보게 됐다.
“ㅇㅇ이 일하는 수준은 딱 교회에서 봉사하는 수준이다. 심각하다” “쟤는 지가 쓴 글이 이해는 되나?”
그 대화의 대상이 내가 아니었는데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나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되고 있을까.'
그 사람의 말은 항상 사람을 무너뜨리는 방향이었다. 꼭 내게 한 말이 아니어도, 듣는 순간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만들었다.
오늘의 메뉴는 "가스라이팅 덮밥"이었습니다.
겉은 멀쩡해도, 먹고 나면 속이 헛헛한 그 맛.
회사라는 공간엔 말보다 날카로운 게 많습니다. 오늘은 이렇고, 내일은 저렇고—말 바꾸기는 기본. 앞에선 웃고, 뒤에선 무너뜨리는 말도 심심치 않죠. 그런 말을 자꾸 듣다 보면, 나조차 나를 의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꼭 기억해 주세요.
사람을 깎아내리고 작게 만드는 말은 진실이 아닙니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말도, 반복된 피드백도,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면 그건 조언이 아니라 가스라이팅입니다.
혹시 자존감이 무너질 것 같다면, 그 말에 속상해하지 말고, 그 사람을 의심하세요.
‘아, 저 사람은 가스라이팅 중이구나.’ 마음을 다잡고 되뇌어주세요.
“난 괜찮은 사람이다. 저 말이 틀렸다.”
“나는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사람이다.”
자신감을 의심하지 마세요.
자존감을 내주지 마세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멋진 사람입니다.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어요.
속 쓰렸다면, 오늘은 여기까지 드셔도 됩니다.
근데요… 빌런메뉴는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다음 회차, 더 맛있는 메뉴로 돌아올게요!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