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빛나는 나를 만들고 싶어.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얼마 전, 그동안 썼던 글을 모아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고, 꿈이란 건 누구나 꿀 수 있는 거니까. 일주일이 지난 요즘은, 내가 가진 말과 글을 다루는 능력치를 최고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새로운 뭔가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는 ITT 통번역 자격증. 회사가 외국계다 보니 번역팀이 존재한다. 이 회사에 들어올 때부터 사실 번역팀에 들어가고 싶었다. 번역팀에 들어가려면 지금 일하는 부서 이외의 다른 2개 이상의 부서에서 각기 다른 업무를 해 봐야 한다고 들었다.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첫 관문과 두 번째 관문이 있는 셈이다. 운 좋게도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첫 관문에 해당하는 부서 교육을 2주간 받고 교육이 끝나는 대로 그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저 멀게만 보였던 꿈이 1/3은 더 가까워졌다.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아직까진 잡히지 않지만.
내가 가고 싶은 부서는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들었다. 외국어 좀 한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자리이고 기본급 책정 수준도 다르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서 더 가고 싶다. 언젠가 그 부서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면접관들이 나를 꼭 뽑을 수밖에 없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ITT 자격증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국제적으로 인정해주는 통역 번역 자격증인 데다 한번 따면 2년마다 연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일하면서 틈틈이 준비해서 여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예전에 구직사이트를 뒤적일 때도 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구하는 공고를 몇 번 봤고, 대기업에서도 인정받는 자격증이라니 따 볼만하겠다 싶었다. 만약 이 자격증을 취득해서 내가 원하는 그 부서로 넘어가기 전에 가지고 있다면, 분명 그 자격증이 내 능력을 어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그러면 지금보다 합격률은 더 높아질 테고. 200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과감히 투자하기로 했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몸값을 높이기 위해 내가 노력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람. 남한테 피해 주는 일은 아니니 일단 저질러볼 예정이다.
두 번째는 스페인어 수준을 중급까지 끌어올려서 원어민과 불편함 없이 프리토킹이 가능하게 만들어 두는 것. 스페인어는 사실 하다말다 해서 좀 어정쩡하게 하는 언어 중 하나였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실력을 끌어올려 보고 싶다. 예상 소요기간은 1년. 기존의 기억으로는 영어보단 단순했으니, 꾸준히 하고 포기만 안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는다. 그동안 그 어떤 희귀한 언어를 공부했어도 언어 공부만큼은 무리 없이 해냈던 내 머리를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게 성공하면 그다음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아랍어를 시작할 예정이다. UN 공식 언어 6개에 해당하는 언어가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아랍어라는데 지금은 그중 절반을 구사할 수 있게 만들어놨으니, 전혀 허무맹랑한 계획은 아니다. 언젠가는 UN 공식 언어를 전부 할 줄 아는 나를 만들 거다.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 나라말로 떠드는데 그걸 다 알아듣는 건 어떤 느낌일지 굉장히 궁금하다. 생각만 해도 벌써 짜릿해서 꼭 경험하고 싶다.
세 번째는 언어 공부를 하는 모든 과정과 그 나라 문화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출간 작가가 되는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했다. 브런치에 응모한 작품(ADHD와 관련된 내 이야기)이 떨어지면, 내 재능을 알아봐 주고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소중한 두 동생들을 통해서 독립출판의 형태로 출간을 할 생각이다. 누군가가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네 번째는 에디터 스쿨에 등록해서 수업을 들어보려고 한다. 말과 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어서다. 강제적인 틀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한없이 늘어지고 목표를 쉽게 상실하는 나. 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결과물을 꾸준히 내기 위해서는 나를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기에 고안해 낸 방법이다. 이름하여 ADHD의 단점을 역이용하기.
지금부터 1년간은 저 네 가지 목표에 집중해봐야지. 내년 이맘때쯤엔 그만큼 성장한 나를 뒤돌아보며 칭찬해줘야지. 다음 1년간은 내가 지금보다 얼마나 더 성장해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