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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불구하고 Nov 17. 2020

가끔 내가 미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지름신이 강림해서 200만 원을 질렀습니다.

어느 글로벌 기업의 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나. 외국어와 관련된 장점을 썩히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 외국어만 공부해 와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가장 잘하는 것도, 또 좋아하는 것도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이니 내가 스스로를 능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려면 그런 분야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내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으니까.


마침 회사가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다른 나라에 있는 직원들과는 내부 커뮤니케이션도 영어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부서가 있기도 하다. 8월 중반에 신입 교육을 받으면서 여기에는 번역팀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걸 알게 된 후부터는 줄곧 번역팀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번역팀에 가려면 두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는 진행 중에 있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으니까. 초보 상담을 벗어나, 전문 상담 및 맞춤 상담 관련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좀 쉬울 듯하다. 그래서 2주간 새로운 부서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번역팀에 들어가기 위해 나 자신에게 시동을 걸었다. 어떻게 하면 면접관들이 날 뽑을 수밖에 없게 할 수 있을지 알고 싶어서다.


그렇게 열심히 짱구를 굴리던 어느 날, 우연찮게 ITT 자격증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통역 및 번역 자격증인데, 대기업에서도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자격증이라 들었다. 실제로 그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구하는 경우도 봤고. 전문가 과정과 비즈니스 과정으로 나눠져 있는데, 어학만큼은 남한테 뒤쳐지는 걸 너무 싫어하는 나라서 처음엔 당연히 전문가 과정을 신청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담 선생님이 전문가 땄다가 비즈니스 과정을 다시 따는 경우도 있고, 비즈니스 1급이 활용도가 더 높으니 그걸로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하여 비즈니스 1급 과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수업료는 8주 과정에 200만 원 남짓. 그나마 할인이 들어가서 약 30만 원 정도 할인이 되었고, 170만 원을 3개월로 나눠내기로 했다. 한 달에 60만 원. 손 떨리는 금액이다. 그래도 사내 번역팀에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원했다. 그렇게 나는 수업을 시작했고, 오늘은 과제를 하는 첫날이다. 디데이는 이번 주 목요일 오후 네시. 지금은 번역 과제를 하다가 잠깐 쉬려고 핸드폰을 잡고 글을 쓰고 있다. 시간이 정말 빠듯하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어렵기도 하다. 확실하게 느껴지는 건 대충하고 넘길 수 있는 분량이 아니라는 것이다. 1주간 해서 제출해야 하는 과제만 16장. 거기다 영상을 봐야 하는 과제도 있다. 과제를 하면서 매일매일 공부할 분량을 정해놓지 않으면 나중엔 자격증 따지도 못하겠네 싶어서 정신이 확 든다. 난 왜 이제야 숙제를 하는가에 대해 급 후회를 하다가, 후회할 시간이면 하나라도 더 푸는 게 낫겠다 싶어 그나마 겨우 후회를 멈췄다.


이 글은 그래서 시작됐다. 나처럼 번역이나 통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격증을 따려고 할 때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러이러하게 공부했다는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두면, 나중에 내가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 자격증 말고도 또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리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그 과정을 글로 담는다는 건, 그만큼 내가 치열하게 준비하고 지독하게 노력해야만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통번역사가 되는 건 내가 중학생 때부터 꿈꿔오던 일이었다. 학창 시절 나는, 전 세계를 무대로 삼아 동분서주하고 있을 줄 알았다. 예상보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그로 인해 외국에는 못 나가고 있어서 많이 아쉽다. 영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2010년에 따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내 성에 차지 않는다. 이왕 하는 거 끝판왕이 되고 싶다. 지금은 어렸을 적 나의 꿈을 향해 가고 있는 거라서, 힘이 들고 고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과정 자체는 정말 즐겁고 뿌듯하다. 20년 넘게 꿈꿔오던 일을 현실로 이뤄내면 어떤 기분일까. 반만 이루었다고 생각했던 가이드 생활도 너무 행복했는데, 온전히 이루면 정말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할 것 같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꼭 열심히 해야지. 그래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자격증을 따 버리고,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가고 싶다.


앞으로 여기에 쓰게 될 이야기들이 통역이나 번역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과, 또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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