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럼에도불구하고 Oct 06. 2020

치료가 늦어지면 도대체 왜 안 좋은 거야?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죠.

요즘 업무를 끝내고 집에 가면 나에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바로 ADHD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는 정신과 선생님들의 채널을 모두 구독해놓고, 정신의학신문을 뒤지고, 에이앱에서도 뭐 찾을 만한 자료가 없는지 어슬렁댄다. 그리고 관련 책자를 보기도 한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경험이나 뇌피셜만 가지고 글을 쓸 때보단 그래도 괜찮은 글이 나오는 것 같다.


오늘은 ADHD 치료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안 좋은 이유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증상을 보고 나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도 아직 병원에 갈지 말지 고민 중이라면 이 글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아동의 경우, 몸이 자라는 것처럼 뇌 또한 성장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조기치료를 하게 되면 많이 좋아진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양호한 케이스는 약 안 먹고도 일상생활에 문제없이 생활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사회화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은 조금씩 채워나가면 된다. 정신과 선생님들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얻은 지식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면 약물 치료만 받는 게 아니라 방금 언급했던 인지행동 치료나 상담 치료도 같이 받게 된다. 이건 성인이나 소아나 마찬가지다.

 

근데 성인기에 발견하면 얘기가 좀 많이 달라진다. 보통 성인이라고 하면 20대 초부터라고 생각하니 나도 20대 초반을 기준으로 두고 말하겠다. 일단, 뇌의 성장이 멈춘다. 그러다 보니 아동만큼의 좋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 나이쯤에는 이미 약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상당한 양의 실패를 겪어온 상황이기 때문에, 자존감 하락이나 패배감 같은 것들이 성격으로 굳어지게 된다. 이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이거다. 성인기 때 발견하게 되면 공존질환이 나타난다는 것. 이건 나도 이 병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거다. 공존질환은 쉽게 말해서 합병증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공존질환의 종류는 굉장히 많다.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우울장애, 불안장애, 수면장애, 각종 중독 증세(스마트폰, 알코올, 게임, 인터넷 기타 등등), 충동조절장애, 섭식장애,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 등이 있으니까 말이다.


사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중 몇 가지를 같이 가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수면장애다. 남들이 봤을 땐 충분한 시간을 잔 것 같은데도, 정작 나는 자고 일어난 뒤의 개운함 같은 것이 없다. 그나마 요즘은 수면 유도제를 먹고 자기 때문에 좀 나아진 거고, 그 전엔 자다가도 자주 깨곤 했다.


아이들에게 정신과 약을 먹이는 걸 속상해하거나, 가슴 아파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한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도 주변 친구들이 학부형인 아이들이 꽤 있어서, 부모님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쳐서 뒤늦게 발견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난 10년쯤 전에 증상이 의심될 때 바로 병원에 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보단 얼마나 좋아졌을까란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물론 지금이라도 다시 치료를 받게 돼서 너무너무 다행이지만. 만약 더 늦게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면, 지금보단 훨씬 더 힘들어졌을 것이다. 그러니, 조기에 아이의 병을 발견하신 부모님이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너무 속상해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 이미 그분들의 아이는 나보다 발견 시점이 빠르니까. 성인기에 발견했을 때보단 경과가 좋을 거라고 믿는다.


요즘은 다른 ADHD 환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들의 글도 많이 읽어보곤 한다. ADHD가 있어도 그들의 삶을 잘 꾸려나가는 사람도 많기에, 나도 그들의 글을 읽으며 반성하게 되기도 하고 지금보다 더 멋지게 살겠노라며 의지를 불태우곤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는 거구나 싶다. 만약 내 글만 접했다면 나는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을 텐데,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를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내가 더욱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


오늘도 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내 몫을 다해야겠다. 이제 곧 있으면 업무 시간이다. 그럼 난 이만!

작가의 이전글 이런 말, 참 아팠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