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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불구하고 Sep 27. 2020

포디, 글로 세상의 편견과 마주하다.

ADHD를 제대로 알리고, 부정적인 시선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고 싶어요

그동안 글을 쭉 읽어보셨던 분들은 아실 것이다. 몇 년 전, 사람 하나를 잘못 만나서 인생이 제대로 꼬였고 그로 인해 약 1년간 강제 실직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걸. 직장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어떻게 하면 이 힘든 시간을 이겨낼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돈을 벌어서 시궁창으로 내동댕이쳐진 내 인생을 다시 복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처절하게 고민했다. 그때 고민했던 흔적들은 고스란히 블로그에 남겨져 있는데, 요즘도 가끔 그때 썼던 글을 다시 읽곤 한다. 지금은 심적 여유와 약간의 금전적 여유가 생겨서 ‘그땐 참 힘들었지.’하고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그때 당시엔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살았다고 할 만큼 고통스러웠다.
 

성인 ADHD 판정을 받은 것도 그 무렵의 일이었다. 약을 먹으면서 본격적으로 치료에 들어갔는데, 이 병이 어떤 병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검색창에 ADHD라고 치니, 상업적이라고 느껴질 법한 병원 홍보 블로그만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이 나왔다. 정작 그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글은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진짜 듣고 싶었던 건 ADHD 환자들의 이야기였는데. 그래서 생각했다. 이후에도 ADHD 판정을 받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나올 테니, 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보자고.
 

그 후, ADHD를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하루하루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겼다. 약을 먹은 것에 대한 기록, ADHD 관련 유튜브 영상, ADHD에 대한 정보 등도 올렸다. 그러다가 성인 ADHD 환자들의 블로거 모임인 에이앱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만들어진 취지가 건전하고 좋아서 이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에이앱에 글도 쓰기 시작했고, 정모나 송년회도 나가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가입 당시의 내 필명은 ‘4차원 ADHD녀’였고, 이름이 좀 길다 보니 멤버 중 하나가 나를 포디라고 줄여서 불러준 게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도 에이앱에선 포디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게 활동하면서 자료를 찾다보니, ADHD를 앓고 있었던 사람들 중 우리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아인슈타인이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에디슨 같은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은 ‘이 병, 굳이 숨길 필요는 없겠네.’였다. 그래서 약을 먹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진짜 뜬금없이 나는 페북에 A밍아웃을 했다. 그때 당시 페북 친구가 700명이 넘었던 걸 감안하면 뒷일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 그대로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그러고 나니, 몇몇은 나를 친구 목록에서 삭제를 했고,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이유로 벌레 보듯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대하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난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는데 ADHD 환자라는 사실을 밝히니 사람들의 시선이 묘하게 달라졌다는 게.
 

지금도 어딜 가든 ADHD 환자라는 사실을 밝히면 그때부턴 공기의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는 걸 난 쉽게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그게 큰 상처가 되었는데, 지금은 그런 반응에 이미 많이 무뎌져서인지 그러려니 한다. 매스컴에 나온 ADHD 환자들이 분노조절장애 환자들과 거의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극도로 거칠고,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대다수였기 때문에 특히나 우리나라에서의 ADHD 환자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좋지 않다. 사실 그 둘은 너무나도 다른데 말이다. 어쨌든, 성인 ADHD는 사회적 실패자 또는 문제아 등의 이미지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막상 성인 ADHD 환자로 구성된 블로거 모임인 에이앱(www.a-app.co.kr)에서 활동하다 보면, 서로가 ADHD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기 쉬운 이슈들은 규칙을 정해놓고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다. 또, 서로 매너 있게 대하려고 한다. 비 ADHD인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에이앱에서 활동하는 멤버들은 그래도 열심히 목표를 세워서 꾸준히 도전하고 성취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정말 뜻있고 긍정적이고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이 비난받는 이유가 자신의 의지나 힘으로 커버할 수 없는 문제를 고치기 위해 고작 정신과 약을 장기 복용하는 것 때문이라면 이건 좀 아니지 않을까. 그래서 ADHD가 어떤 병인지에 대해 알리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ADHD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쓴다.
 
요즘은 브런치와 블로그, 그리고 에이앱에 자주 글을 남기고 있다. 특히나 브런치에 조금 더 집중해서 쓰고 있다. 왜 에이앱이나 블로그가 아닌 브런치냐 하면, 이유는 간단하다. 에이앱은 ADHD 환자들이 병원 정보나 병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알음알음으로 찾아 들어오는 곳이다. 블로그도 글을 자주 쓰긴 나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환자들이 검색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검색을 하면 광고 또는 홍보글이 많다. 브런치는 카카오와 연동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고, ADHD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도 글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은 ADHD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씩 덜어내고 편견을 깰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6개월 후 출간을 목표로 1일 1 브런치 활동을 하고 있다. 첫 책은 무조건 ADHD에 대한 이야기로 쓰고 싶어, 생각날 때마다 수시로 글을 저장해 놓고 무한 퇴고를 반복하다가 글을 발행하곤 한다. 내 작은 이야기가 ADHD 환자들의 전체적인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ADHD에 대한 삐딱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꿔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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