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의 키워드와 사진
혼자 있던 제주도는 그야말로 평온했다. '그냥 잘 살아가기'를 실천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일하며, 11시 취침 - 7시 기상은 습관이 되었다. 그동안 그렇게 힘들었던 수면패턴 지키는 것을 일주일 만에 성공했다. 제때 일어나고, 제때 챙겨 먹는 게 힘들겠지만 노력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아주 쉽게 지켰다.
여전히 기억에 남는 건 아침에 일어나서 바깥 풍경 한번 보고, 따뜻한 차 마시며 책 읽는 순간이다. 한달 동안 세 권의 책을 읽었다. 내겐 어쩌면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던 것 같다. 전혀 교차점이 없는 장소에서 전혀 새로운 사람들과 스쳐지나가는 하루하루가 마음에 들었다.
2월 - 올레길, 함께, 취업준비
제주 생활은 2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올레길 걷다가 만난 아저씨가 콜라비 한개를 서리해서 주셨다. 법만 어기지 않으면 된단다. 게스트하우스에 새벽에 들어갔는데, 현관문이 고장나서 1층 카페에 있던 분께 도움을 받았다. 그 친구는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여행을 와서 스쿠터 타고 해안길을 돌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기를 쓰던 중이었다. 사실 게스트하우스에서의 마지막이 낭만적이진 않았다. 같은 방을 쓰던 룸메이트와는 성향이 맞지 않았고, 사장님을 보면 전 직장 원장님을 떠올랐다. 게스트하우스 스탭을 마무리하고, 올레길 공식안내소의 자원봉사자분의 도움을 얻어, 아주 아늑하고 저렴한 셰어하우스에서 며칠 묵었다. 대단한 게 없는 일상이었다. 아침 9시에 나와서 올레길을 걷고,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하고, 가끔 사진을 부탁하고, 밥을 먹고, 카페에서 쉬고, 어두워지면 돌아가서 씻고 잤다. 덕분에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이 생겼다.
제주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쨌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덕에 알맞은 곳에서 일했고, 룸메이트 덕에 금방 적응했다. 스탭 둘과는 여전히 종종 연락한다. 올레길 같이 걷는 사람들 덕에 무섭지 않았고, 침구를 깔끔히 정리하고 가는 손님들 덕에 편하게 청소할 때도 있었다. 등산화에 체인 거는 방법을 몰라 도움을 구할 때 너무나 친절히 알려주신 안내소 직원분도 계셨고, 카페에서 서비스라며 작은 쿠기를 건네주신 사장님도 기억난다. 혼자 왔지만, 혼자였던 적은 없었다.
그렇게 다시 육지로 돌아와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3, 4월 - 취업, 연애
새출발을 하는 시기였다. 전 직장동료의 도움을 받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아주 멋드러지게 완성했고, 덕분에 가려고 했던 곳을 단번에 붙었다. 연애도 시작했다. 정신없지만, 하나하나 해내가고 있는 달이었다.
잠깐 맡았던 학생들에게 작은 선물들과 짧은 편지를 받았다. 감정을 아이한테 쏟아내진 말아야지, 결심한 후엔 학생들이 컨닝을 해도, 졸아도 딱히 화가 나지 않는다. 믿음을 주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 정도는 생겼다. 짜증내지 않고 엄격하게 하는 법도 어느 정도 터득했다.
5, 6월 - 해외여행, 정착
1박 3일의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남자친구와의 여행 성향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난 휴양지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좋아하지만 남자친구는 그 곳의 유명한 곳은 다 들러봐야 한다.
담임이 되었다. 신나서 여러 사무용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앞으로 팀이 될 선생님들께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크로스핏을 시작했지만,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고 있던 내겐 무리였다. 정말 재밌는데, 정말 힘들다. 결국 한달만 다닌 채로, 그것도 세 번만 나가고 크로스핏과는 작별했다. 내 헬스장 신발은 아직 크로스핏 체육관에 남아 있는데, 언제 가지러 가려나.
호기롭게 매월 기록을 정리하려고 했으나, 습관이 되지 않아 아직 힘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 2월까지는 나름 정성껏 썼는데, 연말에 또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는 참 그럴듯하지 못한 핑계로 뒷부분은 영... 이럴땐 선택과 집중이다. 얼른 월별 타임라인 마무리하고 더 중요한 뒷부분에 집중하겠다. 하반기는 키워드와 사진만으로 떼울지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