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회고] 1. 올해 초의 마음가짐
그냥 잘 살아가기, 일잘러 되기
0. 2022년: 번아웃
1) 퇴사
누군가가 이간질, 뒷담화를 일삼고 가스라이팅에 아주 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과정은 꽤나 고통스러웠다.
오늘까지만 일하고 퇴근할 때 사직서 쓰고 가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그저 그대로 했다. 내가 알린 퇴사일보다 훨씬 앞당겨진 날이었지만, 당혹스럽게 쓴 사직서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 통보를 받은 날에 퇴사하는 것으로 서명했다. 바보 같았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증명이 어려웠다. 그렇게 난 한순간 퇴사 당했다. 미숙한 사회초년생이 겪는 성장통을 한번에 꽤나 크게 겪었다. 덕분에 사직서에서 내 서명이 얼마나 강력한지 배웠다.
2) 대학원 복학
퇴사할 때, 다시는 강사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석사학위로 갈 수 있는 기업에 가기 위해 어떻게든 논문을 마무리하고자 했지만, 고작 그정도의 마음가짐으론 졸업이 쉽지 않았다. 랩실 식구들과 박사님들이 모두 내 논문을 위해 달라붙어 애쓰셨지만, 내 몸과 마음은 망가져 갔다.
결국 우울증 판정을 받았고, 졸업논문은 완성하지 못했다. 논문 발표까지 며칠 남겨두고, 못하겠다고 통보했다. 며칠만 버티면 됐는데, 그만큼의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3) 강사로 복귀
대학원 다니며, 생활비를 충당하고자 작은 학원에서 잠깐씩 일했다. 모든 곳의 면접분위기 덕에 난 강사로서 꽤나 쓸모있는 인재라는 사실을 알았다. '넌 여기 말고 다른 학원에서 적응 못 해. 여기 만큼 대우해주는 곳도 없어.' 전 직장에서 듣던 말이다. 그곳 외엔 내가 버틸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가스라이팅의 정석 아닌가?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던 그때의 나는, 얼마나 나를 믿지 못했던 것일까.
일할 때의 그 설렘과 즐거움은 대학원 연구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고작 몇시간 파트타임을 위해 난 열과 성을 다해 준비했다. 여기가 내 길이었다. 결국 복귀하고 한눈 팔지 않기로 결심했다.
4) 제주
그렇지만 내 몸과 마음은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좋아하는 운동하러 가는 것조차 버거웠다. 침대에서 나오는 것이 힘들었다. 내일이 오는 게 무서워 늦게까지 자지 못했다. 내 모든 생활이 엉망이었다. 하루하루가 무의미했고, 허무했다. 뭐하러 살지, 그냥 죽을까?라는 생각이 아무렇지 않게 스쳤다. 그게 이치에 맞는 것 같았다. 다행인 건, 이 생각의 심각성을 알았다는 것이다. 바로 병원에 갔다. 우울증 수치가 높았다. 그나마 운동 덕분에 버텼는데, 운동도 하지 않으니 무너진 것이다. 약을 처방 받고, 제주도 한달살기를 결심한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1. 2023년 초의 마음가짐: 그냥 잘 살아가기, 일잘러 되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고 싶었다. 취업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테니, 그전에 회복하고 싶었다. 간절하게 그 뿐이었다. 그렇게 1월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로 떠나기 직전, 가장 친한 친구와 여수로 여행을 다녀왔다. 나중에 내게 취업선물을 주며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해 미안하다며 울었다. 그 친구는 어떤 마음으로 나와 여수로 떠났을까. 여수의 사진은 한가득 반짝거린다. 마음이 망가진 나의 모습으로, 그걸 보듬어주려는 너의 모습으로 우린 최선을 다해 반짝거렸다.
덕분에 든든하게 떠났고, 돌봤다. 제주도에서 혼자일 수 있는 순간들이 너무 소중했다.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을 잘하는 건 그 다음 순서였는데, 올해를 돌이켜보면 어느 정도 일잘러를 달성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