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숨길지 모르는 글

by 떼구르르

시간을 가지자 했다.

아, 마음이 복잡하다.

우리 감정적으로 조금 거리를 두자, 그리고 서로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향을 가졌고 어떤 성향의 차이가 있는지, 극복할 수 있는지, 어떤 감정인지 한번 깊게 생각해보자고 했다.

사랑이,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고 하는데. 극복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게 맞을까 싶었다. 애초에 그런 단어가 나오면 안 되는 관계 아닐까 싶었다.

나는 곁에 없으면 사랑을 확인 받고 싶다. 눈 앞에 사람이 있다면, 괜찮았다. 그렇지만 그 경계선이 수요일에 깨졌다.

같이 있어도, 내가 먼저 손을 잡지 않으면 잡지 않네.

내가 먼저 사랑한다고 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

내가 먼저 입을 맞추지 않으면..

비참해서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건 그일까, 나의 생각일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번에도 같은 문제로, 같은 싸움을 했고 우리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다.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다. 사람의 성향을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

그렇지만, 사랑이 기본인 관계에서 사랑을 의심하게 하는 건 잘못된 거 아니야? 그럼 뭐가 잘못된 거야? 나? 너? 너의 표현 방식을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아침엔 그랬지. 말하다보니 이게 맞는 것 같았어. 또 눈물흘리고 있는 날 보니까 안쓰럽더라. 그래서 날 위해서 시간을 가지자 했어. 마침 너도 같은 생각을 했다더라. 참, 이게 다행인 걸까? 너도 같은 생각을 했다니. 같은 마음을 고이 묻어두고 나와 만났다는 게 씁쓸했어. 우린 사실 끝을 알고 있었던 거잖아.


그러고나서 연락이 없는데, 지금 뭘 하고 있을지 어떤 생활패턴일지 빤히 보이니 후회되더라. 아, 섣불렀나 싶은거야. 이 관계를 우리가 얼마나 차곡차곡 쌓아왔는데. 어떻게 할 수 없는 이 저릿한 감정을 알아. 이별이 다가오고 있는 거야. 많은 걸 함께 하기로 했는데, 그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려고 할 때. 예전에도 누군가와 이랬지, 그리고 꽤 오래 혼자였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건가, 싶었어. 그러다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는 해봤으니까 이 기간을 단축시킬 방법을 아는데, 넌 모를거 아니야. 오래 아파하면 어쩌지. 아니 아파하는 법을 모르면 어쩌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네가 나를 통해 배우는 건 이별하는 법인 걸까.


사실 넌 다정하고 세심해. 나와 기본값이 다를 뿐이야. 그리고 덕분에 내가 많이 배웠고 성장했어. 글쎄 통장 하나 쪼개지 못했던 내가 이젠 투자를 공부하고 있잖니. 아이는 낳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덕분에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삶도 생각하게 되었어. 내가 봐왔던 결혼생활이 다가 아님을, 더 나아질 수 있음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 왠지 함께 한다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지금도 생각해. 덕분에 독립하고 싶어졌고, 정말 독립을 준비중이잖니. 내가 드디어 어른 노릇을 하게 될 것 같더라. 덕분에 늦은 나이에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 덕분에 전보다 솔직해졌어. 날 있는 그대로 존중해준 덕분이야. 이유없이 내게 뭐든 해낼 수 있어, 잘 할 거라고 응원할 사람이 얼마나 더 있을까. 생각해보면 난 네게 그러지 못한 것 같은데.


너도 날 많이 참았을 거야. 까칠하고, 예민할 때도 있잖니. 쓸데없이 생각 많은 성격이라 스트레스에 쳐맞으면 바로 티가 나고, 근데 그걸 바로 얘기할 용기는 없는 겁쟁이라 널 눈치보게 했어. 다행히 넌 무던하고 뒤끝없어서, 금방 잊고 금방 털더라.


내가 해주는 만큼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아니야. 넌 저렇게 많은 것을 해주었어. 그러니, 네가 못나서 그렇다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해. 넌 정말 멋있는 사람이야.


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걸까, 시간이 빨리 가길 바라는 걸까?

작가의 이전글그 당시 회사를 고르던 나의 시선, 그릇, 선택